손학규 “李대통령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갈 것”

입력 2011-11-14 21:44


청와대와 민주당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민주당 측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없이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청와대는 “그래도 대통령은 내일 무조건 간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4일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당대표실로 찾아오자 “(이 대통령이) 빈손으로 오면 빈손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임 실장이 “(이 대통령의 방문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중요한 계기가 됐으면 하고 협조 부탁 겸 손 대표의 말씀을 들으러 왔다”며 은근히 비준동의안 처리를 ‘압박’하는 말을 꺼내자 차갑게 답한 것이다.

손 대표는 이어 “그동안 우리가 요구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의 폐기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새롭게) 갖고 오는 게 없다면 오지 않는 것이 좋다”며 “당초 요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답이 없이 온다면 국회와 정부 간의 관계만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이 없다면 만나지 않겠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 대표와의 만남이 끝난 뒤 김 정무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강한 어조로 “이 대통령은 내일 무조건 국회에 가서 마지막까지 (민주당을) 설득할 예정”이라며 “(대통령이 찾아가면 민주당도) 솔직히 만나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요구한 이 대통령의 한·미 FTA 관련 새로운 제안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여야 간 기싸움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환영할 일로 야당이 반대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가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큰 전환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 대통령 국회 방문 직전 3선 이상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강행처리 명분을 쌓겠다고 국회를 방문하는 것이라면 와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인영 최고위원 역시 “경제 주권을 미국에 주는 것은 국권을 다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 접촉을 갖고 협상을 계속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나라당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은 이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합의 처리와 국회폭력 추방을 위해 여야 협상파 의원이 각각 5명씩 참여하는 별도의 대화창구 개설을 추진키로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