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명 필요없는 트위터로 체제 선전… 당국, 속수무책

입력 2011-11-14 19:14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맞아 북한의 대외 선전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고 체제선전 글을 올리던 것에서 적극적인 SNS 활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민족끼리’ ‘우리민족강당’ 등 체제선전 사이트를 개설했고 지난해엔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서 영어, 스페인어 외에 조선말 기사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사이트 운영에서 SNS 연동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북한의 SNS 선전 활동은 트위터에 집중돼 있다.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14일 “실명이 없어도 가입이 가능한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체제선전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팔로어가 1만명이 넘는 ‘우리민족끼리’ 외에 개인이 선전물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경찰은 지난달 말까지 186개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했다. ‘선군정치의 우수성’ ‘주체사상은 인간을 위한 사상’ ‘김정일 수령은 위대하다’와 같은 내용의 글을 유포한 계정이다. 실명 없이 계정을 만들 수 있어 글쓴이를 추적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발견될 때마다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유튜브를 통한 선전도 활발하다. ‘우리민족끼리’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1800여개는 국내에선 차단됐지만 프록시(Proxy) 서버로 우회하거나 외국에서 접속하면 모두 볼 수 있다. 프록시 서버는 PC 사용자와 인터넷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는 서버로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유튜브도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실명 없이 가입이 가능한데다 한 사람이 새 아이디를 계속 만들 수 있어 아무리 열심히 차단해도 막을 수 없다.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둔 친북사이트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127개의 해외 친북사이트가 적발됐고 이중 88개가 차단 조치됐다.

‘우리민족끼리’가 시작한 기사공유 시스템은 한 발 더 나간 방식이다. 사이트 접근이 가능한 해외동포 등이 네이버 ‘미투데이’나 다음 ‘요즘’ 등 SNS에 해당 사이트 콘텐츠를 올리면 곧바로 국내 지인들을 통해 퍼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보안 사이버 수사인력 증원을 추진하는 등 단속과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SNS의 막강한 전달력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의 체제선전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친북 사이트나 SNS에 누구든지 쉽게 접근이 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경찰에 적발된 친북사이트 운영자 8명 중 1명은 초·중학생이었다. 이 학생들은 “조회수가 늘 것 같아서” “폼이 나 보여서” 등의 이유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글·사진을 가져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진삼열 천지우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