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가격파괴’ 대박행진… 유통지도 바꾸나

입력 2011-11-14 21:19


대형마트가 ‘가격파괴’에 나서면서 유통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원료를 직접 구매하거나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가격 거품을 뺀 기획상품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중저가 제품 출시를 준비하는 등 대형마트의 공세에 대응키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품의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끼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마트는 지난 8일 출시한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가 13일까지 6일간 총 8000여개 판매됐다고 14일 밝혔다. 하루 평균 판매량이 1333개로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100여종의 원두커피 제품 중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는 이마트가 생두를 직접 구매하고 커피전문 업체인 자뎅이 로스팅해 커피전문점보다 최대 80%, 일반 브랜드 커피보다 4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는 앞서 지난달 주문자 생산 방식으로 대만 업체와 손잡고 제작한 LED TV ‘이마트 드림 뷰’를 49만9000원에 출시해 3일 만에 5000대를 팔았다. 동일 사양의 삼성·LG 제품 대비 39∼42% 저렴하고 중국산 브랜드보다도 28% 싸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몰려 추가 예약 물량이 5000대에 달했다. 추가 물량은 내년 1월쯤 들어올 예정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내년 디지털TV 전환과 맞물려 중저가 TV 출시를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가 지난 9월 말 출시한 9800원짜리 청바지도 인기다. 준비한 기획물량 20만장 중 한 달 만에 12만장이 팔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원단은 중국에서 확보하고, 봉제는 무관세 혜택이 있는 베트남에서 진행해 최대한 원가를 절감했다”며 “호찌민에 있는 생산 공장은 ‘자라’ ‘유니클로’ ‘홀리스터’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품질 경쟁력도 검증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이달 23일까지 패딩 조끼와 다운 점퍼를 시중 중저가 브랜드보다 최대 60%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획전을 진행한다. 다운 점퍼의 생산 성수기인 5∼9월을 피해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오리털을 확보하고 일손이 덜 바쁜 3∼4월에 미리 생산해 가격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착한 콩나물’도 시중 대비 71%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지난 9월 출시 후 5주 만에 85만 봉지가 팔려 단일상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데다 구매력까지 있는 대형마트가 저가 기획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기존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가 경쟁적으로 기획상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과장광고 등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청바지 할인 행사를 열며 전단지 광고 문구에 ‘130여개 브랜드, 총 500만점’이라고 써넣었는데 실제 청바지 물량은 100만점에 불과해 ‘미끼상품’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홈플러스도 19만9000원짜리 ‘착한 LED 모니터’를 판매하면서 스피커가 내장됐다고 홍보했다가 실제로는 없는 것으로 밝혀져 사과하고 제품을 교체해줬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