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력 엄벌”… 法에도 ‘도가니 효과’

입력 2011-11-14 21:28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법원이 성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피해자 보호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성폭력에 대한 국민 법감정과 실제 재판결과에 괴리가 있다고 판단한 사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성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에서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장 61명은 1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성범죄의 양형과 피해자 증인의 보호’를 주제로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성폭력 범죄의 재판방식과 양형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법원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실무가 국민들의 법감정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는 점과 향후 양형실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또 사회 변화나 국민들의 의식 변화에 맞춰 기존의 양형관행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양형을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피해자와의 합의를 양형에 반영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성범죄 특성상 금전으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기 어려운데도 재판부가 피해자와의 합의를 집행유예 선고의 결정적 사유로 삼는 경향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가 아동이나 장애인 또는 친족인 경우 연령이나 정신지체, 생계곤란 등의 사유로 합의의 진정성이 의문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와 함께 재판장들은 공판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 절차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전체토론을 주재한 서울고법 형사12부 최재형 부장판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어린이나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토론회를 통해 성폭력 사건 처리에 국민의 의사가 적절히 반영되고 있는지 성찰하고 적절한 양형과 피해자 보호문제를 고민해 보자”고 제안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17일부터 한 달간 성범죄 양형기준 개선을 위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설문조사는 일반인 1000명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양형위는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성범죄 양형기준을 논의해 다음 달 19일 권고형량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양형위는 오는 29일 오후 4시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에서 아동·장애인 성범죄 양형의 개선방안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토론회에는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지영씨가 토론자로 참석해 소설을 쓰게 된 동기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아동·장애인 성범죄 실태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공개토론회는 국민이 바라는 바를 법원이 진솔하게 듣기 위한 소통의 자리”라고 말했다.

김재중 우성규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