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로 자영업 전환하지만 대부분 영세·저소득
입력 2011-11-14 21:54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50대 이상 중·고령 자영업자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 시장에서 경험 없는 이들 고령층의 창업은 영세화·저소득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고령화사회에서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을 시작한 고령층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7000명 늘었다. 전체 증가한 취업자 수 50만1000명 중 자영업자가 21.4%나 차지했다. 자영업자 수는 2006년 4월 이후 지난 7월까지 감소세를 유지해 오다 최근 3개월 연속(8∼10월) 증가세로 반전했다.
자영업자 수가 급증한 이면에는 50대 이상 고령층의 본격적인 은퇴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자영업자는 7만7000명 줄었지만 50대와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되레 5만4000명, 5만2000명씩 증가했다. 50대 이상 고령층이 퇴직 이후 자영업 시장으로 잇따라 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창업이 갈수록 영세화하고 있는 데다 과포화상태이거나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집중돼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5인 미만 영세자영업 가운데 50대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55.0%에서 올 상반기 55.7%로 증가했다. 노동연구원 김복순 책임연구원은 “정년을 맞은 50대 이상 연령층이 퇴직 후 자영업에 뛰어든 영향으로 고령층 창업이 늘고 있다”면서 “그런데 대부분 생계형 서비스업에 집중돼 도산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자영업 시장 상황도 희망적이지 않다. 1990년 이후 자영업자 가구와 임금근로자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자영업자 가구 소득이 더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영업자 가구의 경상소득은 231만2000원인데 비해 임금근로자 가구는 247만원이었다. 특히 자영업 가구 중 적자가구 비중은 지난해 19.7%로 20%에 육박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의 빈곤화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은퇴자 가운데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길 중 하나가 퇴직금으로 창업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고령층의 창업 빈곤화가 걱정스럽다”면서 “그렇다고 먹고살 길을 찾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도, 무작정 지원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