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야권 통합’ 하려다 집안싸움만…

입력 2011-11-14 21:49

통합 방식을 둘러싼 민주당 집안싸움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1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12월 17일 야권 전체가 한꺼번에 통합전대를 하자는 지도부와 이에 반발하는 ‘민주당 자체 전대 이후 통합추진파’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차기 당권주자로 지도부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공개발언을 통해 “(지도부가) 국민을 속이고 여러분들(지역위원장)을 속이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 의원은 회의 초반부터 발언권을 신청해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지도부는 통합이 민주당 중심이라고 했지만 어제 합의를 보면 민주당이 (혁신과통합, 시민사회계와 더불어) 3분의 1에 불과하고 사진에 나온 사람 숫자만으로 보자면 7분의 1에 불과하더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도부가 의원총회나 당무회의, 전국지역위원장회의 한번 없이 이미 로드맵을 다 만들었다”면서 “12월 1일부터 17일 새 통합신당 지도부 경선까지 일정이 다 나와 있는데 이런 결정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지도부가 한국노총에 최고위원 1석을 할애하고 비례대표 및 지역구 공천 등 20석을 주기로 했다”며 “어떻게 지분이 이렇게 결정될 수 있느냐”고 따졌다.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 일부가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 의원 주장에 손학규 대표 측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이 나서서 “로드맵은 전략홍보본부에서 작성한 문건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최고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배포됐다 채택이 안됐기 때문에 공식 문건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통합이 옳다”며 “그런데 실체가 애매한 혁신과통합 등은 영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혁신과통합이 정치적 목적이 없다면 민주당에 들어와 당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며 손 대표 측과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이밖에 강창일, 조경태 의원도 반발 목소리를 냈다. 이강철 당 영남지역특위 공동위원장도 기자들에게 “지도부가 밀실에서 자꾸 하니까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발에 손 대표는 “12월 17일 전대가 불가능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전대를 개최해 지도부를 이양하겠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전날 ‘민주진보 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 준비모임’과 관련해 “어제 회의에서 지분 나누기는 없었다. 당직과 공직 후보는 공개 경선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손병호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