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가계 빚 3300조 ‘코 앞’… 부채 대란 오나
입력 2011-11-14 18:25
우리나라 경제 구성원들이 지고 있는 빚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 3주체의 금융부채 총액은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예상치의 2.6배에 이르렀다. 신용보증기관들의 대출보증 잔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서 내년에는 본격적인 ‘부채대란’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3주체 금융부채, GDP의 259%=14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 가계 및 비영리단체 등 경제 3주체의 금융부채 총액은 3283조원으로, 3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3156조원)보다 4.0%, 2007년 말(2401조원)보다 36.7% 증가한 수치다. 각 부문별 총부채에서 자본 성격을 띠는 주식·출자나 직접투자 금액은 제외된 통계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공기업의 부채증가율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었다. 공기업 금융부채 규모는 6월말 현재 353조원을 기록, 지난해 말(317조원)보다 11.4% 늘었다. 2007년 말(190조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무려 85.8%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1050조원으로 지난해 말(1011조원)보다 3.9%, 2007년 말(795조원)보다 32.0% 증가했다.
올해의 경상성장률을 8%로 가정하면 올해 명목 GDP는 1267조원으로 계산된다. 6월 말 현재 집계된 금융부채 규모는 GDP 예상치의 259%다. 정부와 기업,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이 생산 가치의 2.6배에 이르는 셈이다.
국내 5대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보증기금의 보증잔액은 평소 부채로 집계되지 않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변수가 불거지면 우발채무로 추가될 위험이 있다. 5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0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말 72조2000억원에 비해 3년 만에 무려 45%나 폭증한 것이다.
◇내년엔 ‘부채대란’ 우려=경제주체들의 부채는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이 본격화되면서 가계 채무부담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 활로를 찾지 못하고, 금융위기 때 대거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를 맞는 기업들도 부담이 심각해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은행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 내년에는 거의 끝나게 된다.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기간이 종료된다는 의미다.
금융감독 당국은 2016년 말까지 은행의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현재의 5%에서 30% 수준까지 올리도록 유도할 계획이어서 가계 입장에서는 빚을 갚아야 할 부담이 점점 더 커진다.
채무부담이 높아질 경우 가계는 본격적으로 연체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2009∼2011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한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중 연체대출 1051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51.1%가 만기가 도래한 달에 연체가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채를 대거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도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여신전문 채권 규모는 보증사채와 사모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했을 때 27조49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