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 마치고 귀국 이우환 화백 “세계적 작가라는 평가는 촌놈들이나 하는 얘기”

입력 2011-11-14 18:42


“한국적인 작품이라든지 세계적인 작가라는 평가는 촌놈들이나 하는 얘기다.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지 작가 자신이 일류 운운하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6월 24일∼9월 28일)을 마치고 국내 개인전을 위해 귀국한 이우환(75) 화백이 14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구겐하임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 출신 작가는 백남준에 이어 이 화백이 두 번째다.

이 화백은 회고전 소감을 묻자 “본격적으로 회고전을 연 것은 처음이어서 조심스러웠지만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전시였고 내 나름대로 안간힘을 써서 준비했다”며 “작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좋은 공부, 좋은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현지 평가에 대해 그는 “그쪽 사람들이 만일 ‘동양적이다’ ‘한국적이다’라고 했다면 그것은 ‘나는 당신 작품에 별 관심 없으니 잘 놀다 가시오’라는 것과 같다. 내 주장, 내 의식을 억지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누가 어디서 봐도 뭔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15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대화(Dialogue)’라는 타이틀로 10여점을 전시하는 그는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바람으로, 돌과 철판의 조응 등으로 작품이 변해 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큰 붓으로 획을 그어 더 이상 간략하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극한의 절제와 엄격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개했다.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를 다니며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철학, 문학, 평론 등 다방면에 걸쳐 입지를 다진 그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하나의 운동이자 수련과 같고 내 삶에서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다. 내 생각이 많이 배어나도록 표현하는 데 있어 회화가 직접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는 “작가 욕심은 자기 작품이 오래도록 남고 많은 사람이 봐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결국 그림도 너덜너덜해져 없어질 것이고 자연과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 그저 내가 예술이라는 것에 작은 꼬투리, 하나의 힌트를 주는 그런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국내 생존 작가 가운데 그림값이 가장 비싸고 해외에서 일본 작가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갤러리 현대 관계자는 “미술시장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국적 문제도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