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약’과 마약 횡행한다는 북한의 현실

입력 2011-11-14 17:53

북한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음은 이미 구문이지만 가장 최근 상황을 보여주는 생생한 직접 증언이 공개됐다. 보수 민간 단체인 선진통일연합이 지난 8월 북한 접경 중국의 한 도시에서 평양, 나선, 함경도 등에 거주하는 농민, 주부, 사무원, 군인 등 여러 계층의 북한 주민 14명을 대상으로 극비리에 실시한 대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현 상황은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살기 어려워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독약이 ‘행복약’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거래되는가 하면 구하기 힘든 의약품 대신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마약이 북한 전역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주민들의 사정이 그런데도 북한 정권은 체제 수호의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을 우대하는 데만 열성적이다. 일부 국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은 올 초 평양시의 식수 난방 전기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등 평양시민에 각종 시혜 조치를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지난 8월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 5만t 중 4만t을 평양시민에게 특별 배급하는 등 평양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 국민을 양극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평양시민을 제외한 북한 주민 대다수가 혹독한 민생고를 겪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민생과 동떨어진 무기 제조 등 군수경제에 치중하면서 농업 등에서는 생산성과 거리가 먼 교조적 계획경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방과 개혁에 나서서 경제 체질을 개선하면 주민들의 생활고는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인도적 견지에서 북한 주민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해도 근본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촉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에서 쌀이 많이 왔지만 주민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장사꾼과 간부들 주머니만 불렸다”는 한 주민의 말에서 보듯 북한 주민 지원에도 더욱 철저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