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순례자] (10) 주님 내 발걸음 맞추시니

입력 2011-11-14 17:44


내 발걸음은 너무 느립니다.

한심할 정도로 느립니다.

속 터질 정도로 느립니다.

울긋불긋 옷 갈아입고

손짓하는 가을 숲 보느라

느려지고

나뭇잎 바람 타고 공중곡예

돌고 돌아 사뿐 내려앉는 모습 보느라

느려지고

배꼽 움켜쥐고 떼굴떼굴

굴러가는 가랑잎 보느라

느려지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다가 느려지고

지치고 피곤하여 느려지고

돌에 부딪쳐 넘어져

주저앉아 심통 나서

느려집니다.

주님 그런 날 버려두고

혼자 가시지 않습니다.

내 발걸음 맞추어 가십니다.

한눈팔아도 기다려 주시고

주저앉아 심통 부려도 인내하시고

넘어지면 손 내밀어 주십니다.

주님 주님 내 발걸음

너무 느려 답답하시지요?

속 터지시지요? 혼자 가시고 싶지요?

그러고 싶다마는

내 그러지 못한다는 걸

너는 알지 못하느냐

네 걸음 느리다고 한심하다고

속 터진다고 나 혼자 갈 길이라면

시작도 안 했으리라

그 말씀하시며

주님 내 손 꼬옥 쥐어 주시니

내 발걸음 새 힘이 솟아납니다(사 40:31).

그림·글=홍혁기 목사(천안 낮은교회)

◇이 그림은 작가 홍혁기 목사의 뜻에 따라 작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 일부를 ‘국민일보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씁니다. 문의전화 02-781-9418(종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