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체벌과 훈육

입력 2011-11-14 17:51


서양 속담에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의 훈육을 위해 그 만큼 체벌이 유용하다는 말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인간의 행동을 수정하고 길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체벌을 사용해 왔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여전히 높은 비율로 체벌을 지지하고, 체벌을 정당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체벌 금지 또는 허용 논란이 거세다.

뉴질랜드는 2007년에 형법을 개정했다. 부모 혹은 양육자는 아동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한 경우 외엔 어떤 체벌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법 개정에 반대하는 일부 학자는 ‘합리적인 체벌’은 폭력, 손상, 학대와는 별개의 현상이라면서 가볍게 때리는 정도의 체벌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1979년 스웨덴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한 법률이 공포됐지만, 결국 일반 대중들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 전례가 있다며 체벌을 전면 금지시키기보다 부모들에게 긍정적인 자녀 양육 방법을 가르치도록 지도 감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체벌은 과연 훈육의 한 방법으로 정당하며, 실제 효과도 있는 것일까?

아동기 체벌 경험은 분명 청소년기 체벌 수용과 상관관계가 있다. 체벌은 또한 많은 신체적, 정서적 후유증을 낳을 수 있고, 부모들의 양육 행동에도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이 훈육을 위한 체벌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체벌이 결국 아동학대와 폭력적 양육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도 체벌이 폭력과 학대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다는 이들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들이 훈육을 위해 가급적 체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량한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진정 훈육 목적으로 시행하는 ‘합리적 체벌’까지 모두 폭력적, 학대적인 것으로 단정해 전면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 문제를 법률에 의해 강제로 금지시킬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청소년의 훈육에서 체벌은 최후의 수단이다. 불가피한 경우 단 한 번만 사용해야 할 방법이다. 체벌은 반복해서 장기간 사용해서는 안 되며, 특히 분노와 같은 개인 감정이 개입돼서는 절대 안 된다. 체벌로 인해 신체적 손상을 입을 정도로 심하거나 위험한 부위에 체벌이 가해져도 안 된다.

소위 처벌적 훈육법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타이름, 질책, 경고와 같은 언어적 방법이 있는가 하면 특권 박탈, 반성문 쓰기 등과 같이 벌을 주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훈육법을 택하든 그 밑바탕에 아이에 대한 사랑과 신뢰, 그리고 기대가 없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안동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