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땐 사전에 백악관에 통보해달라”… 이스라엘, 오바마 요구 거부
입력 2011-11-13 19:44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시 백악관에 사전 통보해 달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미국과 이스라엘 내부 소식통을 인용,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급진전하면서 사실상 외교적 해결을 포기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더라도 더 이상 미국의 사전 허락을 구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공식적으로는 중동 평화협상 협의차 이스라엘을 방문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과의 비밀 회동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긴급 메시지를 전했다.
이스라엘이 미 정부의 허락이 없는 한 일방적으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암시하지 않았지만, 공격 시 워싱턴의 사전 허락을 받거나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는 데 대한 어떠한 확답도 주지 않았다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고위 소식통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반응에 깜짝 놀란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정보당국에 이스라엘 측의 ‘의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이 조만간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겨울철엔 짙은 구름으로 전투기의 표적추적 장치의 효율이 떨어지므로 군사 행동이 단행된다면 일러야 내년 봄이나 여름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의 호전적인 발언이 ‘엄포(bluff)’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 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강경 발언을 통해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원유 수출 봉쇄 등 실효성 있는 경제제재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을 역임한 메이어 다간은 올해 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에 대해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잇따라 비판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발언과 행동은 다간에 의해 큰 타격을 받은 이란 핵시설 공격설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들도 사우스캐놀라이나주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정책을 맹비난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자신들이 대통령이라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먹혀들지 않을 경우 군사력 사용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롬니 전 주지사는 오바마가 재선되면 이란의 핵무기를 허용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릭 페리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원유시장에 미칠 영향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는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