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그리드의 확대 보급을 기대하며
입력 2011-11-13 19:41
지난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은 전력산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순환정전 발생에 따른 가장 큰 교훈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전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최악의 경우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그리드의 구축이 필연적이다. 우리나라는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 사업의 1단계를 지나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제주에 적용되는 2단계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에 실증사업에서 개발된 기술과 서비스가 조속히 적용될 경우 정전 예방과 합리적 전력 소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한국전력 등 관련기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최근 해외의 많은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전기요금과 전력계통 신뢰도 관련 정보만 적절하게 제공될 경우에도 10% 내외의 전력소비 감축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력수급이 불안한 금번 동절기와 내년의 전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스마트그리드 환경 하의 정보제공 시스템과 수요반응 체계의 조속한 구축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 관련기관에서 전력수급이 불안한 현 시점의 수요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수요반응사업자 양성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서 첫 번째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관점이라서 의미가 매우 크다.
전기요금체계도 혁신돼야 한다. 현재의 고정요금제 혹은 계절별 요금체계에서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달라지는 실시간 요금제로 변화돼야 한다. 요금제도 혁신은 한전의 경영구조 개선과 더불어 시간대별로 전력소비를 달리하는 지능형 가전제품 도입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소비절약 기술 개발은 물론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의 기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전력시스템의 장기적 구축 방향도 대규모 발전설비 및 송배전설비에 기반을 둔 공급형 중심 체계에서 소규모 분산전원의 확대 보급, 수요자원 활성화,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이 지역 자생적 전력시스템 구축으로 변화돼야 한다. 대규모 시스템과 소규모 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돼야만 실질적으로 정전 예방, 정전 발생 시 피해 극소화, 스마트그리드 산업 기반이 구축될 것이다.
박종배(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