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계약없다…도전의지 소중” 잇단 등반사고 산악계 당혹

입력 2011-11-13 19:25

히말라야 등반사고가 잇달으면서 산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히말라야 촐라체(6,400m) 북벽을 탐험 중이던 김형일(43) 대장과 장지명(32·이상 K2익스트림 팀) 대원이 등반 도중 추락사했다고 후원사인 K2가 12일 밝혔다. K2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1일 오후 4시쯤(현지 시간) 추락사했으며 시신은 베이스캠프에 남아 있던 탐험대의 다른 멤버들이 발견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박영석 원정대의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래 등정 일정을 바꿔 박 대장의 1차 구조 활동에도 참여했었다.

박영석 원정대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히말라야에서 또 다른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산악인의 무리한 도전이 후원사의 무리한 계약 때문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악인들은 반발하며 즐거움을 위해 산을 타는 것(알피니즘)은 규제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재봉 대한산악연맹 전무는 “산악인들의 도전에 후원사의 강요는 일절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어느 기업이 인간의 존엄성을 담보로 잡고 홍보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도전은 후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등반가의 의지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에 사고를 당한 김형일 대장 등의 경우에도 후원업체인 K2와 등반 성공에 따른 성과보수 계약을 하지 않았다. 다만 항공권과 의류, 장비를 전달받는 수준의 지원이 있었다.

고산 등반 규제 논란에 대해 김 전무는 “산악연맹 등이 안전한 등반을 강조할 수 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도전 열정을 규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김재수 대장 역시 “히말라야 등반은 관중도 심판도 없는 취미생활에 불과하다”며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서 계속 강행하는 도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