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대호 “쑥스럽네”… 5타자 잡는동안 3실점, 우정의 잔치 부산고 역전승

입력 2011-11-13 19:24

‘투수 이대호?’

1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전통의 야구 강호 경남고-부산고 라이벌 빅매치’에서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경남고가 8-3으로 앞선 5회말 야구장에는 큰 함성이 울렸다. 마운드에 롯데의 거포 이대호가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경남고를 졸업한 이대호는 2001년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1군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등판하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한 전력이 있다.

초구를 시속 130km짜리 직구로 포수의 미트에 집어넣은 이대호는 곧바로 좌익수 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이대호는 이후 본격적으로 프로야구 1군 선수들과 맞붙었다. 황성용(롯데)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1사 1·2루에 몰린 이대호는 한솥밥을 먹는 손용석을 바깥쪽 꽉 차는 직구로 삼진처리하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어 강타자 손아섭(롯데)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6회에도 등판한 이대호는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를 공 3개로 삼진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세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대호의 이 날 기록은 1¼이닝 2삼진 6피안타 3실점이었다.

이대호는 “프로에서 시범경기 때 잠깐 던져보고 투수로 나선건 이번이 처음인데 팬들이 너무 좋아해줘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관심이 집중된 일본 진출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대호는 “아직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듣지 못했다. 일단 15일에 만나서 얘기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짧게 말했다.

부산고 출신의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이날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로 경기를 관전했다. 부상을 염려한 구단의 만류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2회가 끝난 후 이닝 교체타임 때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추신수는 “라이벌전인데다 이대호와 다시 한 번 승부를 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올 시즌 부상과 음주운전 휴유증 등으로 부진했던 추신수는 “올해 많은 일들을 겪으며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다. 4주 군사훈련을 받고 크리스마스 전에 미국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재활과 훈련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향후 일정을 밝혔다.

한편 ‘피겨여왕’ 김연아의 시구로 시작된 이날 경기는 부산고가 박계원(롯데 코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10대 9로 경남고를 물리쳤다.

부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