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오바마-후진타오 ‘격돌’… 무역·환율문제로 상대 공격

입력 2011-11-13 22:3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표면적으로는 무역 및 환율 문제와 관련된 힘겨루기였지만 아시아 경제 패권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 대결의 주도권 싸움이었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공식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자 TPP에서 배제된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1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을 전후로 한 발언을 통해 자유무역에 대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환율 문제와 연계돼 있는 무역 의제는 양국의 해묵은 갈등 요소다. 미국은 지금껏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위기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중국의 올바른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중국이 의도적으로 환율을 조작해 상품경쟁력을 높인다고 판단,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이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연설에서 맞붙었다. 후 주석이 먼저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주도의 활동에 예속되기보다는 기존의 세계무역 구조를 통한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새로운 경제지배 구조가 세계경제 지평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상호 존중과 집합적 의사결정의 원칙이 중요하며 신흥시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젠화(兪建華) 상무부 차관보도 전날 “아시아 지역의 경제통합은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 주도의 TPP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부분의 전문가는 위안화가 불공정하게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규칙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지식과 기술혁신, 특허, 저작권 부문이 강한 경쟁력을 가진 미국으로서는 중국 같은 거대 시장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쟁우위를 갖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핵심은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호혜성이 없다면 미국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 등에서 중국과 호혜적인 관계를 성립하지 못할 경우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 후 열린 미·중 정상 간 양자회담에서도 중국 통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 국민과 기업들은 중국의 경제정책에 인내심을 잃고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국가안보 부보좌관 마이클 프로만이 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