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미, 亞太경제·군사 영향력 확대… ‘中견제’ 행보 착착
입력 2011-11-13 22:31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경제·군사·외교 영향력 확대가 뚜렷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아시아 중시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차근차근 구체적으로 아·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목표는 역시 이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력히 견제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말 하와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등 9일간의 아·태 지역 순방을 시작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잇따라 방문하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18~19일)에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다.
APEC 기간 동안 미국 등 9개국 정상들은 별도 회의를 갖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내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일본도 이 협정에 참여키로 선언했다. 하지만 기존 9개국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본은 빨라야 내년 봄에나 TPP 참여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된다. 이는 한·미 FTA와 함께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강력히 견제하는 요소다.
이 같은 구상이 마무리되면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미국이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통상체제에 편입되게 된다.
이미 중국과 서태평양 해역에서 군사적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은 동맹국들과의 군사 협조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6일 호주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호주 북부 다윈에 처음으로 미 해군 상설기지 설치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앞으로 이곳에서 미 해병이 정기적으로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지역은 중국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으로 중국의 미사일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남중국해를 포함해 남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미·호주 군사동맹은 전에 없이 강화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사령부와 전투부대의 괌과 오키나와 분산 배치 계획도 중국을 의식한 아·태 군사 전략이다. 서태평양에서 미·중이 충돌할 경우 미군이 입을 수 있는 타격을 분산하자는 의미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참석하는 동아시아 회의(18일)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과 아세안(ASEAN)이 국제법과 평화적 분쟁 해결의 원칙에 따라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 측에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것으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 편에 서서 미국이 구체적이고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APEC 정상회의 참석 후 필리핀과 태국을 방문하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이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는 이 시기를 “아시아 관여(engagement)를 위한 의미 있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