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의 아들, 美 종신 연방판사 되다
입력 2011-11-13 22:25
1960년대 한국에서 독일에 파송됐던 광부와 간호사의 아들이 미국의 종신직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의 존 Z 리(한국명 이지훈·43) 변호사를 시카고 연방법원 판사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 변호사와 함께 다른 3명의 변호사를 각각 종신직 연방법원 판사에 지명했다. 리 변호사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한국계로서는 세 번째 종신직 연방법원 판사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 변호사 등을 지명하면서 “이들은 미국인들이 사법 시스템으로부터 기대하는 재능과 공정성, 전문성 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리 변호사는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당시 정부 정책에 따라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에 파송된 아버지 이선구(72)씨와 역시 간호사로 파독된 이화자(68)씨의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3개월 무렵부터 5세 때까지는 한국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부모가 그를 돌봐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리 변호사 가족은 그가 5세이던 1973년 미국 시카고로 이민을 왔다. 시카고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 리 변호사는 하버드대 학부(1989년 졸업)와 로스쿨(1992년)을 잇따라 졸업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하버드 로스쿨을 2년 동안 같이 다닌 인연을 갖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91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로스쿨을 졸업한 이후 리 변호사는 미 법무부의 환경·자연자원국의 법정 변호사로 일했고, 법무부 장관 특별 보좌관도 지냈다.
이어 1994년부터 시카고 대형 로펌 메이어 브라운, 그리포 앤드 엘든 등에서 일했다. 현재는 시카고의 프리본 앤드 피터스에서 반독점, 통상규제, 지적재산권 등과 관련한 상업 분쟁 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계 종신 연방판사로는 2004년 작고한 허버트 최와 지난해 1월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법 판사에 임명된 루시 고 등 2명이 있다. 고 판사는 현재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침해 관련 소송의 심리를 맡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