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이자 年 400억 떼먹었다는 주장이 오해라고?… “업계, 약관 유리하게 해석 이자 가로채”

입력 2011-11-13 18:32

한 증권사 간부의 ‘양심고백’

증권사들이 선물거래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예탁금 이자(이용료)를 연간 400억원 떼먹었다는 감사원 지적(본보 11일자 1·14면 보도)과 관련해 한 증권사 간부가 양심선언을 했다.

금융투자업계 최상위 A 증권사의 트레이딩 담당 B팀장는 13일 “2000년대 초반 한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예탁금 이자를 편법으로 가로채 막대한 이득을 보자 나머지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B팀장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약관을 유리하게 해석, 현금 위탁증거금 중 의무비율 이상의 현금도 모두 ‘현금 위탁증거금’으로 규정해 이자를 가로채는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사실상 업계가 약관을 유리하게만 해석해 부당이익을 거뒀다는 지적이다.

A 증권사 역시 한 직원의 제안으로 같은 규정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투자자들을 속일 수 없다는 내부 반대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앞서 지난 11일 이 같은 편법 관행에 대해 감사원이 전면 감사에 나서자 약관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금투협은 국민일보 보도가 나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물투자자의 위탁증거금 가운데 3분의 1만을 현금 위탁증거금으로 봐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현금 위탁증거금’이라는 단어의 해석 차이로 발생한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돈을 편취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었다.

A증권사 측은 “거래소뿐 아니라 금융당국까지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는 규정을 일부 증권사들만 달리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금투협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규정을 위임받으면서 현금 위탁증거금의 개념을 다르게 해석, 적용하려 했다면 약관에서 ‘용어 정의’를 별도로 표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B팀장은 “금투협의 주장은 투자자 우롱행위”라며 “감사원의 해석은 틀리지 않고 일부 증권사들도 내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주부터 다른 증권사들로부터 예탁금 이용료 관련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업계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가 약관의 기본 취지에 어긋났음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임직원 회의를 열고 이자 반환 가능성 등 대응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3년간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은 예탁금 이용료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편취한 비슷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 감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예탁금 이자를 편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소비자협회 백성진 사무국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증권사들의 부당이득이 확인되면 금융당국은 곧장 환수조치에 착수해야 마땅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