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내부 신당 창당설 ‘內憂外患’… 유시민 등 흔들기 가세
입력 2011-11-13 18:23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외 거센 도전과 압박에 직면했다.
우선 현 정권 들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놓지 않았던 박 전 대표의 ‘아성’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 4∼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양자대결시 안 원장에게 9.4% 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울시장 보궐 선거 참패로 확인된 한나라당의 위기가 ‘박근혜 위기론’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나타나자, 박 전 대표를 향한 당내외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당내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1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회창 (2002년 대선) 후보는 개인 인기는 적었지만 실력은 있었다. 지금 박 전 대표는 매우 인기가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박 전 대표 측이) 신비주의로 빠지는 양상이며 민주 정치와 정상적 정치를 넘어섰다”면서 “과거에 그런 것을 두 번이나 겪어 봤는데 나중에 시련을 겪고,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면 허무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부에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박근혜 흔들기’에 가세했다. 유 대표는 ‘사실무근’이라는 박 전 대표의 반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위터 등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정책 판단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06년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국민연금법을 놓고 ‘비밀 협상’을 했지만 막판에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친박근혜계 내부에서도 ‘신당 창당론’ 등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영남권 한 초선 의원은 “서울시장 보선 결과가 말해주듯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세력을 원하고 있다”며 “새 정치를 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한나라당 틀 안에서는 힘들고 신당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변화나 인적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여당 내 의원 70∼80명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공천 물갈이보다 정책 혁신이 우선”이라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쇄신파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며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들이 들린다. 쇄신파 한 의원은 “박 전 대표 스스로 ‘나도 쇄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을 해준다면 당청 쇄신에 불이 붙을 수 있지만 지금 정도로는 약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당론 등에 대해 친박계 다수는 “친박계 전체 의견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보수의 분열로 비칠 수밖에 없는 박근혜 신당론은 명분도, 가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