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캐스팅 정선아·리사 “각자 다른 색깔로 에비타 격정 인생소화해냈습니다”
입력 2011-11-13 22:58
또렷한 인상에 시원시원한 목소리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성격은 많이 달라 보였다. 정선아가 활발하고 열정적이라면, 리사는 차분하고 명확하게 할 말을 다했다. 뮤지컬 ‘에비타’에 더블 캐스팅된 두 여배우. 누구의 캐스팅을 보느냐에 따라 ‘에비타’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정말 ‘미친 부담감’이죠. 2006년에 배해선·김선영 선배의 ‘에비타’를 봤어요. 당시 ‘아, 에비타를 한다는 건 최고의 여배우라는 거다. 그 시대의 디바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영광이고 기분 좋은 일인데 티켓판매에 대한 부담감도 커요.”(정선아)
“이 뮤지컬의 주인공 에바 페론은 내면이 강하고 멋있는 여자예요. 여성 관객들이 보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리사)
‘에비타’는 후안 페론의 아내 에바(에비타) 페론의 일대기를 다룬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퍼스트레이디가 되기까지 에비타의 욕망과 야심, 그리고 권력을 가진 뒤 그녀의 행보가 그려진다. 명곡 ‘Don’t cry for me Argentina’가 뮤지컬 넘버로 수록돼 있다.
‘에비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는 말에 이들은 “팜므파탈, 요부, 매력”이라는 말을 꺼냈다. 리사는 “다만 남들과는 다른 뜨거운 진심이 있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바 페론은 팔색조의 면을 갖고 있는 여자예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 연습을 하면서 공부 많이 했어요. 가사 외우는 것보다 공부가 우선이었다고 할까.”(정선아)
둘은 뮤지컬 배우로서 쌓아온 커리어 면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열여덟 살에 데뷔하자마자 뮤지컬계의 스타가 된 정선아와 가수로 더 잘 알려진 리사. 정선아는 ‘렌트’ ‘아이다’ ‘아가씨와 건달들’ 등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받은 라이선스 대작들에 주로 출연한 반면 리사는 ‘광화문 연가’ ‘대장금’ 등 창작뮤지컬을 선택해 왔다.
“창작뮤지컬은 너무 힘들어요. 무대 올라가는 날까지 대사가 바뀌고 가사가 바뀌고. 장난이 아니죠. 저는 한국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는 사극을 보면서 수건으로 가채를 만들고 칫솔로 비녀를 꽂아가면서 놀았어요. 그러다보니 ‘광화문 연가’ 때 다른 배우들은 정말 힘들어하는데 저는 이미 익숙해져서 ‘이게 뭐가 힘들다는 거지’라고 생각했죠.”(리사)
“저는 라이선스 작품이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좀 더 잘할 수 있게 된 다음에 창작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제 마인드 자체가 한국적인 정서에 안 어울리는 건지 모르겠어요. 물론 창작뮤지컬에 기여해야 하는데(웃음)”(정선아) 뮤지컬 이후의 꿈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리사)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정선아)로 전혀 달랐다.
한 인간의 일대기를 다루는데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만 채워진 이 작품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주연인 이들은 물론 손을 극구 내저었다. “그런 우려를 많이들 하더라고요. 이지나 연출이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고 힘쓰고 있어요. 코믹한 부분도 많이 가미됐고요.” 정선아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연습실 분위기가 좋아요. 웃음이 터질 때도 정말 많아요.” ‘에비타’는 다음 달 9일부터 2012년 1월 2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박상원 박상진 이지훈 등이 출연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