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경기 광주 성령교회] “예배 후엔 군구고마 쉼터 모여 친교 나눠요”

입력 2011-11-13 17:58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 191번지. 남한산성의 줄기가 광주시로 이어지는 중대산 기슭에 자리 잡은 성령교회(엄기호 목사)는 밤나무와 참나무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 남부에서 차로 30분 걸리면 도착하는 교회는 차분함과 다이내믹함이 교차했다.

13일 오전 11시 예배 시작에 앞서 3번 국도에서 곧바로 교회로 올라오는 차량과 셔틀버스가 속속 도착하면서 교회는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해 노인과 꼬마 손을 잡은 젊은 부부들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예배당에 들어섰다.

예배는 엄숙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대표기도를 맡은 오대석 장로는 나라와 민족, 세계 선교를 위해 기도했고 성령교회가 구원의 방주가 되기를 기도했다. 성가대의 찬양이 끝나자 이번엔 전 성도가 중보기도를 드렸다. 예배에 참석한 2000여명의 성도들은 모두 일어났고 전 세계와 한국, 교회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했다. 이들은 한반도에 평화를 더하고 북녘 동포가 굶주리지 않도록, 또 평화적 복음의 통일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어진 설교에서 엄기호 목사는 ‘복음과 설교’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엄 목사는 “추수할 곳이 많은데 예수님은 일꾼을 찾으신다”며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복된 소식을 전하자”고 도전했다.

설교 이후 엄 목사는 ‘주여 3창’으로 기도하자며 결신 기도를 인도했다. 성도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새신자를 위해 기도했다. 엄 목사는 순복음교회의 오랜 전통인 병 낫기를 위한 기도를 인도하며 예배를 마무리했다. 성도들은 자신의 아픈 몸에 손을 댔고 엄 목사는 병마가 떠나기를 기도했다. 예배는 이렇게 역동적 기도와 복음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성령교회는 1983년 11월, 엄 목사가 경기도 성남에 순복음성남교회를 창립하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경기도 광주시 중대동 8만9100㎡(2만7000평) 부지 위에 교회 건축을 시작하면서 성령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성령의 역사와 세계선교에 주력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교회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새로 건축된 성령교회는 교회 내 각종 부속시설 속에 이 같은 목적을 담아냈다. 의료선교회 사무실에서는 노인 성도들을 위한 의료 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이·미용 선교회에는 남녀 성도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 겸 예배실로도 운영 중인 ‘바울성전’에는 예배를 마친 청소년들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치고 있었다.

교회 공간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만나쉼터였다. 중대산과 바로 마주한 이곳은 ‘군고구마 쉼터’라고도 불리며 4계절 군고구마가 무료로 제공된다. 주일과 수요일, 금요일마다 문을 열어 성도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해 군고구마를 제공한다. 쉼터 앞 마당에는 원두막이 설치돼 있었고 무말랭이와 시래기도 걸려 있어 전원교회로서의 풋풋함도 묻어났다.

예배가 끝나자 교회의 30대 모임인 코이노니아팀 10여 가정이 자녀의 손을 잡고 옹기종기 모였다. 신성원(36) 집사는 “예배 이후에 종종 가족과 함께 오는 편”이라며 “고구마를 함께 먹으며 친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운영 중인 쉼터는 엄 목사의 아이디어로 설치됐다.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고구마를 먹으며 성도들 간 교제를 이루자는 취지였다. 쉼터에서 매주 봉사한다는 박충규(65) 안수집사는 “군고구마 틀에서 직접 구운 고구마를 먹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도시생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운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성령교회는 다음 달 6일,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에게 고구마를 전달할 계획이다. 엄 목사는 “재소자들에게 군고구마는 신선한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고구마로 이웃과의 교제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