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문인들 ‘예천 문학기행’… “더 공부하고 더 치열하라” 황금찬 시인 후배들에 사랑의 회초리
입력 2011-11-13 19:53
11일 오전 한국기독교문인협회(회장 김영진 장로) 회원 40여명이 서울 강남터미널 경부선 옆 지하철 3호선 지하상가 15번 출구에 모였다. 성서원 김영진(67) 회장의 고향인 경북 예천에서 열리는 김 회장의 문학관 개관식과 세미나 후 문학기행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국내 최고령 현역 문인 황금찬(94) 시인은 인사하는 문인들의 손을 반갑게 맞으며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는 덕담을 건넸다.
예천(醴泉) 수계(首溪)리로 가는 길에 김 회장은 자작시 한 편을 읊었다. “예천의 산이나 강에는 어머니가 사네/ 골짜기마다 풀어헤친 젖무덤에서 단물이 꿀처럼 흐르는 곳/ 먼 옛날 신라 때부터/ 물맛 좋은 고장 어머니의 샘…”
김영진문학관은 3년 전에 폐교된 수계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전시실에는 김 회장이 펴낸 시집·에세이·자기계발·기독교 서적 등 40여권 소개와 각종 문학상 수상 사진, 서울 혜화동 로터리와 일산 호수공원 등에 있는 시비(詩碑)를 찍은 사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밖에 김 회장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연하장과 엽서, 편지 등의 아름다운 인연을 병풍에 갈무리해 놓았다.
문학관 개관식 후 이날 저녁에 열린 ‘기독교문학과 전통문화’ 세미나는 숙연했다.
황 원로 시인의 호통은 밤이 이슥하도록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1938년에야 겨우 10만 단어를 수록한 국어사전을 펴낼 정도로 한심한 민족”이라면서 “교육과학기술부가 52만 단어가 포함된 사전을 펴낼 계획이지만 제대로 된 국어사전이 되려면 62만개 단어를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시 영원한 문학청년이었다. 황 시인은 1박2일 동안 후배 문인들과 이육사문학관 등 명승고적지를 함께 돌며 뼈를 깎는 각성을 촉구했다. “글만 쓴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잠을 덜 자고, 덜 먹고 덜 놀고 책을 읽고 말과 글을 다듬어야 합니다. 특히 크리스천 문인들부터 반성하세요.”
이번 문학기행엔 시인 가영심 권오숙 민영진 박원혜 오인숙 차복희 최은하, 소설가 김동형, 수필가 간복균 교수 등 40여명이 동참했다.
예천=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