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만을 위한 예배부서 필요” 31.9%-“출석 막는 최고 불편시설은 계단” 43.5%
입력 2011-11-13 19:06
‘장애인과 한국교회’ 고신대 설문조사
#사례 1. 교회 출석 5년째인 지적장애인 주섭(가명·27)씨는 교회가 베푸는 세례 문답에 참여했으나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세례를 받지 못했다. 마음 한가운데 서운함이 밀려와 계속 교회에 다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사례 2.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지체장애인 김모(42·여)씨는 친구의 간절한 전도로 집 인근 교회에 나갔으나 3주 만에 교회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교회 계단을 휠체어가 오르지 못해 안내원의 도움을 받는 것은 차치하고 성도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두 사례처럼 한국교회의 장애인 선교와 이에 대한 배려는 소극적이고 아직 초보 수준이다. 오히려 부정적인 장애인관이 더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고신대 박혜전 교수는 12일 서울 총신대에서 열린 기독교학문연구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장애인식 및 장애수용(편의시설 등)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10월 부산·경남 지역교회 성도 279명(장애인 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로 한국교회 장애인 선교의 현황과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사결과 ‘장애인만을 위한 예배부서를 따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60.2%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필요하다’ 31.9%, ‘잘 모르겠다’ 7.9%였다.
‘필요하지 않다’로 답한 이유로는 ‘나와 동등하기 때문’(84.9%), ‘교회 규모가 작아서’(5.8%), ‘담당 인력이 없어서’(4.7%), ‘장애인이 원하기 때문’(1.2%) 순이었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예배 집중’(46.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8.0%), ‘나와 달라서’(8.0%), ‘불편해서’(1.1%) 등이다. ‘교회시설 이용 시 불편한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계단’이라는 응답이 43.5%로 가장 높았다. ‘경사로의 급경사’ 26.1%, ‘장애인 화장실’ 15.4%, ‘장애인 전용 승강기’ 3.8%, ‘출입문’ 3.8% 등이 뒤를 이었다.
장애인 선교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비장애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이 교회에 출석하면 성도들이 불편함과 부담감을 갖는 경우가 많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교회도 드물다는 것이다. 예산 배정 또한 소극적이다. 장애인 대상 선교활동을 하더라도 일시적인 이벤트나 동정심 차원의 행사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반 교회에 장애인이 출석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통계상으로 장애인 인구 중 기독교인은 5%도 채 안 된다.
박혜전 교수는 “기독인들은 장애인도 하나님이 사랑하는 한 영혼이란 ‘성경적 장애인관’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임대 나사렛대 교수는 “장애인 선교는 장애인 복지와 병행돼야 바람직한 선교 결실을 맺을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장애인 선교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