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의용] 대학구조조정에 고려해야 할 것들
입력 2011-11-13 17:51
정부가 대학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가하고 있고 대학들은 상당한 위기감에 빠져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늘 대학의 문제는 대학생과 대학이 너무 많다, 대학의 운영 방법이나 교육 내용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첫째, 너무 많은 대학과 대학생 문제는 김영삼 정부 때 무더기로 대학을 인가해준 결과다. 등록금은 노태우 정부가 자율화했다. 원인은 교육부가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대학에만 책임을 묻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정이 부족해서 그렇지, 형편만 허락된다면 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고등교육의 혜택을 주는 건 좋은 일이다. 고교 졸업자의 80%가 진학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진학한 그들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교육 당국은 대학이 내실을 기하도록 교육의 방법, 등록금의 환원, 교수 확보율 등의 개선을 강력하게 지도하고 지원해 나가야 한다.
대학평가 합리적으로 해야
둘째,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이 보다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번 평가 결과에 반발하는 대학들의 반론을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이번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에서는 등록금 인상률, 취업률이 사실상 큰 변수가 되었다. 그런데 등록금 인상률은 최근 2년간만을 대상으로 했고, 등록금 액수는 반영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을 유지해오다 불가피하게 최근 인상한 대학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취업률도 합리적이지 못한 것 같다. 예체능 분야 등 특수한 분야를 고려하지 않았다. 고등교육의 목적이 취업률 높이기냐, 건강보험에 가입한 업체만 일자리냐는 등의 반론도 있다. 교육부가 각 대학 간 취업률을 경쟁시키는 건 신중했으면 한다. 대학 간 취업률을 경쟁시켜봐야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대학이 알아서 일자리도 만들라는 메시지로 오해하면 대학들은 여러 편법을 써서 졸업생을 ‘일시적인 형식상 취업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정작 취업률을 높여야 할 곳은 고등학교다. 교교 졸업자가 취업을 많이 해야 대학 진학률이 낮아진다. 대학을 향한 관심과 지원을 고등학교 교육에도 투입하고 기업이 고졸자를 많이 채용하도록 하는 데 교육부도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대학의 구조조정과 내실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교육부가 제시한 지표에만 충실하면 정말 우량한 대학이 될 수 있을까? 열악한 상황에서 사재를 털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상당한 부분을 담당해온 건강한 사립대학의 공헌도 존중해주면서 개혁을 추진하면 좋겠다.
중등교육 정상화 시급하다
셋째,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등교육 과정의 정상화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입시만을 위해 너무도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고, 그것이 고등교육과 사회생활에서 적지 않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부모와 교사의 지나친 간섭에 길들여져 자기 주도력이나 문제 해결력, 의사소통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자립심이 약하다. 또 하나는 특별한 목적 없이 부모나 주위에 떠밀려, 그것도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다는 점이다. 고등교육을 받을 준비가 안 된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대학교육도 내실을 기하기 어려워졌고, 대학도 시대에 뒤지거나 효과적이지 못한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많은 ‘불량품’을 양산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아동이나 청소년들도 조숙해지고 있다. 사회는 여전히 대학 졸업장을 중시한다. 이로 인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 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다. 초등교육 5년, 중등교육 5년, 고등교육(대학) 3년제도 그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의용<대전대 교수·교양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