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평화 위협하는 북-이란 WMD 커넥션
입력 2011-11-13 17:50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인력 수백명이 이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지 며칠 만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 99호실 출신으로 이미 수년째 이란의 10여개 핵·미사일 관련 시설에서 근무 중이다. 세계에서도 가장 호전적이어서 최악의 조합이라고 할 북한-이란 간 대량살상무기(WMD) 커넥션이 이로써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참으로 세계평화가 걱정스럽다.
IAEA는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앞서 이란이 옛 소련, 북한 등 외국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게 IAEA의 결론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북한이 중동국가들에 기술 전파와 실물 공급을 통해 핵·미사일 등 WMD 확산을 기도해왔음을 방증해주는 사례들은 적지 않다. 2007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핵시설을 공습했을 때 북한 기술자들이 그곳에서 일한 사실이 밝혀졌고, 북한과 이란 간 미사일 개발협력은 이미 1980년대부터 이뤄져온 공공연한 비밀이다.
북한의 지원을 받은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은 당장 중동지역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군사적 선제공격을 운위하고 있고, 설령 즉각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핵무장 도미노를 유발할 수 있다. 이를테면 수니파 이슬람국가인 이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시아파 이슬람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벌써부터 이란이 핵무장을 하면 자국도 핵무장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사우디뿐만이 아니다. 터키 이집트 등도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인 핵비확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악몽을 현실화시키지 않으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란의 핵과 핵무기 운반체인 미사일 개발을 저지해야 하며 북한-이란 커넥션을 차단해야 한다. 냉전 종식과 함께 자정에서 다소 멀어졌던 핵시계의 바늘을 다시 움직이려는 북한과 이란의 망동을 국제사회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