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영계획 짜기조차 힘들다” 기업들 현금 확보에 안간힘

입력 2011-11-11 23:55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경기 회복 국면에서 다시 침체) 우려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다음 주(14∼18일) 회사채 발행 규모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7000억원 등 모두 16건에 2조20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7∼11일)의 92건 2조50억원보다 발행건수는 76건 줄었지만 금액은 2000억원 늘었다.

회사채 발행은 지난 7월 4조6966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가 8월 4조8445억원, 9월 5조517억원, 10월 6조8626억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인수·합병(M&A)에 나선 기업들은 인수자금 마련이 발등의 불이다. ‘승자의 저주’(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과다한 비용으로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CJ그룹은 이달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CJ제일제당과 CJ GLS를 통해 대한통운 인수에 필요한 2조원 규모의 자금은 이미 확보했지만 내년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은 내년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텔레콤은 “현금성 자산이 2조원을 넘고 신용등급이 높아 금융기관 등에서 조달할 차입금으로 하이닉스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 대금뿐 아니라 현재 사용하는 주파수에 대한 재할당 대가, 경매로 새로 할당받은 주파수 입찰가, 차세대망 구축에 필요한 시설투자비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던 STX그룹은 자금난 등으로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 3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3분기 만에 영업적자로 돌아선 LG전자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1고로의 대형 개보수를 위해 내년에 집행하려던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2013년 이후로 연기했다.

기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어 경영계획을 짜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불요불급한 비용 외에 지출을 억제하면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