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려 끼쳐 죄송 반품·환불 하겠다”… 소비자들 줄소송 이어질 듯 피해 입증 어려워 난항 예상
입력 2011-11-11 23:43
보건복지부가 11일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자 업체들은 즉시 제품 반품 및 환불 계획을 밝혔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의 판매사인 옥시 레킷 벤키저는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르면서도 자체적으로 실험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옥시 측은 이날 ‘수거 명령에 대한 회사의 입장’ 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문제점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실험기관에 추가 심층 실험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 질병관리본부의 권고에 따라 이미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수거 조치한 상태”라며 “현재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은 수거가 완료돼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퓨’의 제조·판매업체인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이미 지난 9월 이후 생산 중단은 물론 환불 및 반품을 실시해 왔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자체상표(PB) 가습기 살균제도 수거 대상 목록에 올랐다. 이들 역시 지난 8월부터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피해자들의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소모성 제품이라는 가습기 살균제의 특성상 증거를 제시하고 피해를 규명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가 ‘관리 사각지대’라는 정부의 표현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냐”며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대통령과 해당 기업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모성 제품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용 증거를 제시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이 문제를 피해자와 가해기업 간 개별 소송으로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업체들은 제품 수거와 반품, 환불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피해자들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꺼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를 쓰던 소비자라면 어느 한 회사의 제품만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의심된다는 정부 발표 이후 가습기 판매랑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한 달간 가습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3%, 홈플러스는 20% 각각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8∼10월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 줄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