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치권 신당 창당 기류… 성공 여부는

입력 2011-11-11 18:13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외곽에 머물던 시민사회세력들이 대거 정치판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치권은 이들의 등장으로 기존 ‘여·야 혹은 보수·진보’라는 정치 구도가 ‘기성정당 대 시민세력’의 구도로 재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가세할 경우 그야말로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세일은 신당 창당, ‘내꿈나라’는 총선 직접 출마=여권에서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온건보수 및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의 깃발을 내걸었다.

박 이사장은 다음달 중순 이전에 창당준비위를 발족한다는 계획이다. 4월 총선 예비등록일인 12월 13일 이전 창당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세력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신당을 띄울 경우 김진홍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시민단체와 관료그룹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 이사장이 만나 신당 문제를 논의한 사람 중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내에서도 신당 창당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의 대부’로 불리는 박 이사장이 중도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1일 “박 이사장은 어떤 면에서는 현재 한나라당보다 더 우파 성향”이라며 “박 이사장은 중도개혁을 주창하는 윤 전 장관과도 다르다.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를 제외하고는 신당의 실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10일 서강대에서 창립식을 연 ‘내가 꿈꾸는 나라(내꿈나라)’가 주목받고 있다. 내꿈나라는 참여연대 등 100여개 진보 성향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만든 시민정치 조직으로 총·대선에 직접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꿈나라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이끄는 ‘혁신과통합’에 참여하고 있다. 김기식 내꿈나라 공동대표는 “내꿈나라가 총·대선에서 당선·낙선운동을 할 수도 있고 회원이 직접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다”며 “혁신과통합의 산하 단체가 아니니 독자성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꿈나라 차원의 신당 창당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야권 대통합이 결실을 맺지 못할 경우 시민사회세력들이 총선을 전후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모든 길은 안철수로 통한다=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보수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보수 신당은 명분이 약하고 간판 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거론되는 정책과 인물이 새로운 정당으로서 탄생하기엔 역부족”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해 신당이 만들어지면 결국 소수파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안 원장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일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안 원장이 움직이면 여야 구분을 떠나 제3의 세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안 원장이 포함된 정당으로 가느냐, 아니냐가 신당의 핵심”이라며 “안 원장이 합류하면 지지도 1위의 신당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기영 유성열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