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도가니’ 사건에 들끓는 미국… 대학 풋볼팀 코치가 상습적 아동 성폭행
입력 2011-11-11 18:08
백악관이 이른바 ‘미국판 도가니 사건’에 분노를 표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판 도가니 사건은 명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풋볼(미식축구)팀의 전 코치가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아동들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사실이라면 너무나 충격적”이라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성폭행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이 같은 단일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CNN방송 등은 하루 종일 현지 상황과 반응을 전하는 등 여론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 사건을 미국 사회가 충격으로 받아들이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이사회는 9일 밤늦게 회의를 열고 도덕적 책임을 물어 그레이엄 스패니어 총장과 조 패터노(85) 풋볼팀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46년째 이 대학 감독으로 재직 중인 패터노 감독은 미국 대학 풋볼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모든 풋볼팬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미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발표했었으나, 이사회는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해임’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자 패터노 감독을 지지하는 수백명의 펜실베이니아대 학생과 이 지역 주민들이 거리 시위를 했으며, 진압 경찰들이 출동해 물리적 충돌 상황까지 벌어졌다.
패터노 감독은 아동 성폭행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나, 자신의 밑에 있던 전직 수비코치 제리 샌더스키의 성폭행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 이사회가 두 사람을 해임한 이유는 샌더스키 코치의 아동 성폭행 범행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조치 없이 그냥 지나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샌더스키는 불우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자선단체를 만들었으며, 이곳에서 만난 소년들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02년에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풋볼팀 샤워장에서 열 살짜리 소년을 나체 상태에서 성폭행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측이나 패터노 감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등 사실상 은폐하고 지나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5년부터 이 대학 총장으로 재직해온 스패니어도 미국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총장 중 한 명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