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대치’에 초조한 MB, 국회 방문 번복 소동…민주당 “선물없으면 안만나”
입력 2011-11-11 23:38
이명박 대통령은 당초 10일 국회에 가려 했다. 주초부터 박희태 국회의장과 청와대 사이에 교감이 있었다. 민주당과는 이날 오전부터 박 의장 측이 접촉했고 답변은 완곡한 거부였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민주당에서 ‘특별한 선물도 없이 온다면 난처하니 오시지 말라. 적절한 때에 우리가 청와대로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10일 저녁 이런 경과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그래도 가자. 가서 기다리자”며 여의도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설명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찾아가는 게 좋겠다. 좀 더 낮은 자세로 가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11일 오전 8시20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후 2시 이 대통령이 국회의장실로 간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즉각 “일방적 방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명분 쌓기”라고 반발하며 대통령과 만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지 말라”는 야당과 “그래도 가겠다”는 대통령 사이에서 박 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박 의장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장시간 통화했고 여야 원내대표 접촉도 있었다.
이 대통령이 국회로 출발하는 시각을 2시간30분 남긴 오전 11시30분. 김 수석은 “국회의장실로부터 대통령이 15일에 방문하면 여야 지도부가 모두 만나기로 했음을 확인했다. 야당이 대안을 제시하며 연기를 요청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15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진전된 제안을 가져와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청와대는 국회로 가겠다고 한다. 기다리며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식, 7월 18대 국회 개원연설, 10월 정기국회 시정연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 국회를 찾았다. 업무를 위한 국회 방문은 2008년 10월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여의도를 멀리해 온 이 대통령에겐 일종의 ‘파격’이고 10·26 재보선 이후 처음 보여주는 ‘처신의 변화’이기도 하다.
김 수석은 그 이유를 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보고 소통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FTA 반대론자인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이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60시간 의무 토론을 6시간으로 줄이고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에게 ‘나는 반대했지만 축하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그 모습에 많은 걸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미 의원들에겐 직접 전화해 설득하면서 정작 한국 국회 설득 노력은 안 한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FTA 비준 지연에 대한 초조함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청와대로 초청해 설명을 하고 김 수석이 여당의 ‘행동’을 촉구하는 서한까지 보냈지만 국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러다 한·미 FTA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