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는 한나라 “섣불리 오면 협상 판 깨진다”

입력 2011-11-11 18:02

이명박 대통령의 11일 국회 방문이 연기된 것은 이 소식에 화들짝 놀란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가 “섣불리 대통령이 오면 한·미 FTA 비준동의안 협상판이 다 깨진다”고 만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그나마 협상 불씨가 살아 있는데 이 대통령이 갑자기 와 버리면 판이 다 깨지게 된다”며 “국회 상황이 좀 정리되고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야당이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여당의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해석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을 놓고 당내에서 찬반이 엇갈렸다”면서 “일부는 ‘국회에 이왕 오기로 했으니 야당이 만남을 거부해도 오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고 ‘방문을 미루더라도 야당을 설득해 이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함께 만나는 모양새가 낫다’는 반론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도 당내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파악해 방문 시기를 조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의 국회 방문 연기와 관련해 원내 지도부가 야당과 뚜렷한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황 원내대표를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홍 대표 측근은 “민주당이 15일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황 원내대표가 야당과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했어야 하는데 못했다. 이 부분을 홍 대표가 황당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당내는 물론 당청 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다음주 이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만남이 성사되면 비준동의안을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말동안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의 협상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 협상파를 측면지원하기 위한 여론전도 편다는 방침이다. 16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총에서 이들 협상파 입지를 넓혀 주기 위한 것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