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한 민주당 “일방통행식 방문 수용못해”
입력 2011-11-11 18:02
민주당은 전날 거절 의사를 분명히 전했음에도 11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찾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불쾌해했다. 15일로 연기된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도 조건을 달았다.
오전 8시 청와대 발(發)로 이 대통령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주재로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경 대응 방침을 정했다.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도 강행하는 건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행태라는 논리였다. 이용섭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대통령과 갖는 면담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도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게 정식으로 전한 것도 없이 찾아오겠다고 하는 건 국가 원수의 기본적 의전도 아니고 야당과 국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며 “야당 대표를 만나려면 사전에 의제와 내용이 조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오전 11시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여야 합의로 대통령 방문을 연기했다고 발표하면서 달라졌다. 한 대변인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5일로 연기해주면 최선을 다해 맞이하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김유정 원내 대변인은 “‘굳이 온다고 하면 노력은 해보겠으나 확답할 순 없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용섭 대변인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 원내대표가 ‘지도부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도움이 되는 만남이 될 수 있다면 15일에 만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매우 의례적으로 답변 드린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새로운 돌파구를 가져온다면 만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대통령 방문과 무관하게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예고했다. 협상파의 당론 교체 요구 등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최근 제기된 당내 분란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의총 전날 지도부가 대통령과 면담을 할 경우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