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해 보이지만 정 많고 매력 있는 캐릭터지요”…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서 첫 주연 송중기

입력 2011-11-11 17:42


곱상한 얼굴과 부드러운 미소가 돋보이는 송중기(26)는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데뷔(2008년 영화 ‘쌍화점’ 단역)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작년 가을 퓨전 사극 ‘성균관 스캔들’에서 능청스런 ‘꽃미남’ 구용하 역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후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핫(hot) 아이콘으로 떠오른 송중기가 지난 10일 개봉된 ‘티끌모아 로맨스’(15세 이상 관람가)로 팬들을 찾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첫 주연을 맡은 이 작품에서 그는 돈이 없어 월세방에서 쫓겨나는 처지이면서도 여자친구에게는 80만원이 넘는 구두를 사줄 정도로 허세를 부리는 대책 없는 백수 천지웅 역을 맡아 옆집 짠순이 아가씨 구홍실(한예슬)과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개봉 전날인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상대 역이 톱스타에 연상인 한예슬이지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고 했다. “‘성균관 스캔들’이 끝나갈 무렵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예슬 누나가 워낙 톱스타였고, 저는 당시 시작하는 배우에 불과했지만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보다는 ‘송중기가 아직 주연을 할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는 ‘엄친아’ ‘꽃미남’으로 통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바지 속에 손을 넣고 벅벅 긁어대거나, 엉덩이 골이 훤히 드러나는 뒤태를 보여주고, 편의점에서 콘돔 살 돈이 부족해 전전긍긍하는 등 쉴 새 없이 망가진다. “‘어, 이러다 내 스타일이 망가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이라 예쁘게 나와야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버렸어요. 감독님이 말리는데도 제가 앞장서서 더 망가졌어요.”

그는 그러면서도 “천지웅은 백수이고 찌질해 보이지만 정이 많고 매력이 있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옹호했다.

‘티끌모아 로맨스’란 영화에서 무슨 메시지를 읽었느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연인 관계든 무엇이든, 홍실이와 지웅이가 그랬듯이 사람들은 그저 서로 의지하면서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이런 거 아닐까요?”

그는 꽃미남 배우치고는 연기 시작이 늦은 편이다. 연기자에 대한 꿈이 있어 대학 진학 때 연극영화과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 포기하고 성균관대 경영학과(05학번)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2학년 말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의 소속사(싸이더스HQ)를 만나 본격적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마음이2’,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트리플’ ‘산부인과’ 등을 거쳐 출세작 ‘성균관 스캔들’을 만났고 최근에는 사극 ‘뿌리깊은 나무’에서 고뇌하는 젊은 세종 역으로 출연해 연기의 폭을 넓혔다.

12월에는 늑대에게 키워진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늑대소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