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후 14년간 매일 악몽 시달렸다”… 공소시효 11개월 남기고 검거된 택시기사 살해범

입력 2011-11-10 21:17

“죽은 택시기사가 밤마다 꿈에 나타났어요. 그동안 괴로움과 죄책감으로 제대로 살 수가 없었습니다.”

10일 오전 전북 전주완산경찰서 형사과. 14년 전 택시기사를 물에 빠뜨려 살해한 뒤 공소시효를 1년 남짓 앞두고 붙잡혀 조사를 받던 김모(34·회사원)씨는 고개를 떨구며 “오히려 후련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친구 2명은 20대 시절인 1997년 10월 28일 오후 10시10분쯤 전주시 금암동에서 김모(당시 52세)씨가 운전하던 택시에 탄 뒤 흉기로 김씨를 위협해 현금 10만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이후 운전사 김씨의 손발과 입을 묶고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 임실군 신평면의 한 하천에 빠뜨려 숨지게 했다. 또 택시를 전주시 덕진동 삼성문화회관 주차장에서 불 태웠다. 김씨의 시신은 11일 뒤 발견됐다.

김씨 등은 범행 후 끝까지 입을 다물고 살기로 약속했고, 이듬해 모두 군에 입대했다. 사건은 당시 전주 북부경찰서가 전담반을 설치해 4년여간 수사했지만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가 됐다.

김씨 등은 전역 후 회사원과 운전기사로 평범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툭하면 꿈에 나타나는 숨진 택시기사의 모습과 환청에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김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이 일을 털어놨다. 이 지인이 또 다른 회사동료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경찰에 알려졌고, 결국 범행의 전모가 들어나게 됐다.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007년부터 25년으로 늘어났지만, 이전 사건의 경우 15년이어서 11개월을 남겨둔 상태였다. 공범 박씨(34)는 2008년 금은방 절도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김씨 등 2명에 대해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은 경찰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씨는 조서 마지막 장에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려 밤마다 악몽을 꾸는 등 무척 힘들었다. 자살과 자수까지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경찰이 늦게나마 사건을 해결해줘 고맙다”고 자필로 적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