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고민 끝 하이닉스 단독 입찰… “성장동력 될 것”
입력 2011-11-10 18:39
SK텔레콤이 결국 자산 16조원의 ‘공룡 매물’ 하이닉스 인수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SK텔레콤은 10일 마감 시한 오후 5시 직전에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돌발 변수로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단독 입찰자로 우선협상 대상자 자격을 얻어 일주일 내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앞으로 4주간 정밀 실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한 뒤 내년 1월쯤 최종 계약을 체결, 매각 일정을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고민 끝에 결국 인수로 가닥=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반전에 반전이 거듭됐다. 당초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의지는 강했다. 통신 사업의 한계 속에서 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과 차세대 스마트 통신사업 인프라를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입찰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검찰이 SK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SK그룹과 SK텔레콤의 최고경영진들은 긴급회의를 거듭했고 이런 가운데 인수 포기설이 흘러나왔다. 본입찰 당일 오전까지도 SK텔레콤 측은 “고민하고 있다”고만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SK텔레콤 이사회 간담회에서 일부 이사들 사이에서 “인수 가격이 부담이 된다”, “시기적으로 인수 참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최종 결론 도출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인수에 공들이는 이유는=하이닉스 인수 주체는 SK텔레콤이지만 큰 그림은 그룹 차원에서 그려져 왔다.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하이닉스 인수를 그룹 성장 정체의 돌파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양대 축은 통신과 정유다. 통신은 이미 시장 포화 속에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고, 정유 사업도 석유제품 수출과 자원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SK=내수’라는 그룹 이미지를 벗고 통신과 정유에 반도체 사업을 확보해 삼각 체제를 구축한 뒤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SK그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요한 고비마다 한 단계씩 도약한 전례가 있다. 섬유 사업에서 시작한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를 통해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했고, 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다시 한 번 도약에 성공했다.
◇최종 인수 여부는 인수 가격이 관건=최종적으로 하이닉스를 품에 안기 위해서는 채권단과의 인수 가격 협상을 거쳐야 한다. 하이닉스 인수자는 채권단 보유 지분(15%)의 절반인 구주 4425만주(7.5%)와 하이닉스가 새로 발행하는 1억185만주(구주의 2.3배)의 신주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 후 지분율은 주식 희석 가치를 감안할 때 20%(신주 14%, 구주 6%)다. 채권단이 마지노선으로 정한 구주 매각 가격은 ‘신주발행 가격 대비 5%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SK텔레콤이 구주 가격의 프리미엄을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3조원에서 4조원 사이에서 인수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써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적정 가격 밑으로 제시할 경우 유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