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협상파-與접촉… 한·미 FTA ‘타결’ 모색

입력 2011-11-10 21:25


본회의가 취소된 10일 국회에서는 여야 협상파 의원들이 합동으로 타협안을 발표하는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막판 타결 분위기가 감지됐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협상파의 절충안과 거리가 있다. 하지만 당 대표비서실장,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이 협상파에 힘을 실어주면서 묘한 기류마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오후 내내 아무 일정도 잡지 않은 채 의원회관에 머물며 직접 협상파 의원들을 만나거나 전화로 설득했다. 손 대표는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방안까지 검토했고 11일 의총을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노력에도 협상파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손 대표 비서실장인 김동철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을 찾아갔다. 그는 “한·미 FTA 발효와 동시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존치 여부에 대해 재협상을 시작한다고 미국 정부로부터 약속을 받아오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들이 이 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전격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맹세코 30여명은 명시적으로 동의했고 10여명은 당직이나 지역구 문제 때문에 마음으로만 동참했다”며 “비밀투표로 당론을 정하면 함께할 분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은 총 87명이다. 과반이 살짝 넘는 숫자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국회바로세우기운동’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상파의 기자회견을 반겼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선 강경론이 아직은 우세하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황 원내대표와 이날 오후에도 만났다. 김 원내대표는 협상파가 제시한 타협안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 답을 주면 의총에 이 안을 올려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황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지만 논의가 일부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 역시 협상파에 힘을 실었다. 정 총장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동의한 절충안에 대해 정부의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손 대표와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흐르고 있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협상파의 주장은 최고위원회의와 의총에서 이미 거부당한 것이다. 당론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야권통합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협상파에 몸담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마저 나온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