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권 논란 무릅쓴 고강도 감사 왜… 감사원 “증시 불법 판쳐도 금융당국선 불구경” 판단
입력 2011-11-10 21:13
감사원이 ‘월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 시장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것은 증권사들의 교묘한 편법 또는 불법 행위를 금융감독 당국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증권사들이 연간 400억여원에 달하는 이자를 고객으로부터 편취하고 증권사 임직원들의 불법 주식거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감독당국의 부실 감독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비리 실태 어떻기에=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파생상품시장에서 선물거래를 할 때 투자자들은 위탁증거금 중 3분의 1을 현금으로 예탁하고(현금위탁증거금), 증권사들은 이 현금위탁증거금만 뺀 나머지 예탁금에 대해 고객들에게 이자(이용료)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선물거래계좌 잔고에 현금 1억원이 있는 투자자의 위탁증거금이 1800만원이라면, 증권사는 현금위탁증거금인 600만원만 제하고 9400만원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증권사들은 전체 위탁증거금을 뺀 8200만원에 대해서만 이자를 지급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1200만원에 대한 이자를 받지 못한 셈이다.
또 증권사 대표까지도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파는 등 고위 임직원들의 불법거래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A증권사 전무급 임원의 경우 후배로부터 종목을 추천받아 아들 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48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의 이익을 봤다.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주식투자를 제한한 관련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를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며 소속 회사도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법 주식매매거래가 과거 관행처럼 퍼졌었기 때문에 아직도 불감증을 가진 사람들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만연한데 금융당국 넋 놓고 있어=감사원이 증권사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은 정책금융기관 산하 증권사에 대한 감사결과 임직원들의 불법 주식거래 행태가 대량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간 증권사의 경우 불법행위가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위탁증거금 이자 미지급 사실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주식시장에는 불법이 만연했다”며 “금융당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감독 사각지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부적으로 입단속을 시키고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 감독 업무가 소관 밖이라던 한국거래소는 “규정을 다시 검토하니 표준약관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증권사 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특히 규모는 세계 1위지만 투기판이라는 비판을 받아 오던 파생상품시장은 다시 한 번 신뢰성과 건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그간 감사원의 자료 요청에 대해 사생활 침해나 월권이라고 반발했던 증권사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경원 강준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