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객 돈 年400억 챙겼다… 감사원 “60여 업체 중 1∼2곳 빼고 모두 불법 적발”
입력 2011-11-10 21:58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간 수백억원의 이자를 떼먹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또 대다수 증권사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차명 계좌 등을 사용해 대규모 불법 주식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감원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착수한 ‘증권시장 운영 및 감독실태’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증권사들은 선물거래 투자자의 위탁증거금에 대한 이자(이용료)를 고객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전체 60여개 증권사 가운데 상위 1∼2개를 제외한 모든 증권사에서 이 같은 행태가 벌어진 것을 적발하고 정확한 피해규모를 확인 중이다.
위탁 증거금이란 투자자의 결제 불이행을 방지하기 위해 받는 일종의 담보다. 투자자는 위탁증거금의 3분의 1을 현금으로 예탁해야 하며,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 표준약관에 따라 위탁증거금 가운데 예탁을 하지 않은 나머지 금액에 대해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자의적으로 위탁증거금 전체를 예탁 현금으로 간주하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전체 3조원가량의 예탁금에 대한 이자 400억원 정도를 증권사가 편취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감사원은 한국거래소를 통해 각 증권회사의 위탁증거금 및 투자자 예탁금의 평균 이자 지급률 등의 자료를 확보, 분석 중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장내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15년 만에 400배 이상 성장하는 등 세계 1위 시장으로 급성장해 왔다.
아울러 증권사 임직원들의 대규모 불법 주식거래 실태도 드러났다. 동생 명의 차명계좌로 3년여간 40억원 이상의 불법 거래를 하다 적발된 A증권사 대표이사를 비롯, 각 증권사 전무급 이상의 임원 상당수가 불법 거래를 일삼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정책금융기관 산하 증권사의 경우 B사는 임직원 60여명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100여개 미신고계좌로 1500억여원, C사는 임직원 40여명이 500억여원의 불법 주식 거래를 해온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9월부터 한 달여간 금융기금감사국 직원 30여명을 투입해 감사를 벌여 왔으며, 최근 금감원에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당 사항에 대해 감사 중인 것은 맞지만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준구 이경원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