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빅3 伊 위기] 외국인 앞다퉈 투매 1820선도 붕괴… “伊를 어쩌나”
입력 2011-11-10 21:26
‘망하게 두기에도, 구제하기에도 너무 큰 나라’ 이탈리아의 위기에 국내 증시가 잔뜩 겁을 먹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시작됐던 8∼9월의 극심한 출렁임이 재현될 조짐까지 보인다. 문제는 괜한 엄살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탈리아가 구제금융 신청까지 간다면 세계경제에 ‘핵폭탄급’ 충격을 준다. 국내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매=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장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떨어졌다. 종가인 1813.25가 장중 최저가가 되고 말았다. 전날보다 5% 가까이 떨어진 결과다. 코스피지수가 183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이다.
주가 하락을 견인한 것은 외국인의 투매였다. 장중 한때 외국인 순매도액은 7000억원에 달했다. 장 마감 직전 5000억원대로 줄어들긴 했지만 옵션만기를 맞아 프로그램 매도세가 쏟아져 지수 낙폭은 더 커졌다. 개인이 총 65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도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증권 박승진 수석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자금 회수에 나섰다”면서 “이탈리아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자금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변동성 불가피=충격 강도로만 볼 때 이탈리아 변수는 그리스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허인 국제금융팀장은 “이탈리아 문제는 세계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파장이 크다”면서 “우리 금융시장도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분석부장은 “당분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 8∼9월처럼 불안정성이 크지는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분석팀장은 “그 사이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외환 부문 안정성이 높아진 것이 주가와 환율에서의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빠지더라도 코스피 1800선이 의미 있는 기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도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주요 기관들의 평가라든지 상대적 신인도가 나아졌기 때문에 변동성은 8∼9월보다 작을 것”이라면서 “우리 증시 영향력이 큰 중국이 긴축 완화안을 발표한다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