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대선후보 토론… 망신당한 페리 한숨돌린 케인

입력 2011-11-10 18:04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에게 9일(현지시간)은 최악의 날이었다. 한때 1위 돌풍을 일으키다 최근 5∼6위권으로 추락한 그는 대선 열차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굳은 결의로 CNBC가 이날 미시간 주 로체스터에서 개최한 공화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첫 한 시간은 별일이 없었다. ‘사고’는 2시간째에 터졌다. 그는 집권하면 연방정부 기관 3개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상무부, 교육부….” 불편한 긴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 세 번째 기관 이름을 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손가락을 만지작거렸고, 들고 나온 메모지를 뒤적이기도 했다.

방청석에서 킬킬거리는 웃음과 함께 한숨소리가 들렸다. 사회자가 나머지 한 기관이 뭔지 대답을 재촉하자 그는 결국 “모르겠다. 미안합니다. 이런 참(Oops)…”이라고 했다. 이 대답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53초.

페리 후보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가 잇단 ‘말실수’였던 만큼 이번 실수는 그의 대통령 자격에 대한 논란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던 마크 매키넌은 “페리에겐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에 비견되는 참사”라고 말했다.

반면 성희롱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허먼 케인은 한숨 돌린 날이었다. 페리의 실수가 부각되고 경제문제가 토론의 주된 의제가 되면서 성희롱 관련 질문은 한 차례에 그쳤다.

그가 “유권자들은 ‘인격 살인’이 아니라 리더십과 경제를 살리는 일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고 CNBC는 전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