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 한토막엔 삶과 정신이 담겨”… 11개국 참석 ‘아시아 스토리 국제워크숍’ 열려
입력 2011-11-10 17:59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단장 이병훈)이 주최하고 비정부기구인 ㈔아시아문화네트워크(대표 방현석)가 주관한 ‘아시아 스토리 국제워크숍’이 10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아시아 각국의 귀중한 ‘스토리 유산’을 서로 이해하고 장차 더 깊고 폭넓은 연구와 교류를 위한 토대를 쌓는 데 초점을 맞춘 이 행사엔 한국 몽골 베트남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11개국의 스토리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스토리 유산’이란 서사시, 신화, 전설, 민담, 민요, 민속극 등 각국이 대부분 공유하는 고전적 민속문학의 장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와양, 베트남의 수상인형극, 한국의 판소리 등 각국의 고유한 문화를 반영한 장르들까지 망라하는 개념이다.
고은 시인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전제한 뒤 “현대사회가 이미지와 영상의 과잉에 파묻히는 시장으로 말해질 때에도 그 문화행위의 동요되지 않는 핵심은 인류의 오랜 표현 행위인 서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옛날이야기’의 ‘옛’을 호랑이 담배 먹던 때라고 한다. 하지만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다는 허구적 표현은 담배연대기와 상관없는 무시간적인 과거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모두 서구적 근대 서사 구조의 권력에 길들여진 나머지, 특히 20세기의 근대와 21세기 세계화의 문화풍토에서의 타율적 단일성으로 말미암아 아시아 전역의 오랜 가치가 폐기되거나 망각될 만성(慢性)의 위기가 바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면서 “이제 아시아 각 지역의 서사 유산은 깨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현석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신화에서 시작된 아시아의 오래된 이야기에는 아시아인의 전통과 가치, 삶의 지혜가 내재해 있다”면서 “오늘 우리가 만나고 있는 이야기는 세월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은 아시아인의 정신이자 정신의 숲이다”라고 말했다. 회의의 조직을 맡은 소설가 김남일씨는 “디즈니와 할리우드에서 이미 아시아의 스토리 사냥에 나서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아직도 그리스 로마신화는 줄줄 꿰면서도 길가메시(아랍)에는 깜깜하다”며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 자만할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이야기를 통해 아시아의 문화적 긍지를 높여나가는 일에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워크숍에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조사한 아시아 각국의 주요 스토리 1000여개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으며 이 가운데 ‘바리공주’와 ‘아기장수 설화’(한국) ‘장가르’(몽골) ‘마하바라타’(인도) ‘마나스’(키르기스스탄) ‘사랑시장 이야기’(베트남) ‘훠테메 아가씨’(이란) ‘두꺼비왕 프야칸칵’(태국) 등이 아시아 100대 스토리로 선정되었다.
워크숍은 4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센덴자빈 돌람(몽골국립대 교수), 응웬흥비(베트남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 문학과 교수), A. J. 토마스(인도 시인), 출라시 디와사(네팔민속협회 회장), 자밀 아흐메드(방글라데시 다카대 연극음악학과 교수), 딜쇼드 라히모브(타지키스탄 민속협회장), 무르티 부난타(인도네시아 설화학자), 와주파 토싸(태국 마하사라캄대 영문학과 교수), 로즈마리 소마이어(싱가포르 아시아스토리텔링네트워크 대표), 카리나 볼라스코(필리핀 앤빌출판사 대표) 등이 각각 발제를 맡았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