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곽채기] 미래 세대를 위한 공기업 요금정책
입력 2011-11-10 17:59
고속도로 통행료와 철도요금을 포함한 교통요금 인상안이 확정됐다. 그동안 고속도로 통행료는 5년간, 철도요금 또한 4년 동안 동결됐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공기업 요금 인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편하지 않은 것 같다.
공기업 요금의 인상 요인은 생산비용 또는 원가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물가 안정 등의 정책목표를 앞세워 요금 현실화를 통제하게 되면 결국 적자가 발생하고 공기업 부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LH공사 다음으로 부채가 많은 한전과 한국도로공사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속도로, 철도, 전기, 가스, 상하수도 등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보편적으로 그 혜택을 향유해야 하는 공익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 서비스는 미래세대에도 지속 가능한 상태로 물려줘야 한다. 그러나 공익사업 분야의 공기업 요금 통제로 인해 과도한 부채가 누적되는 상황이 되면 공기업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게 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서비스 혜택의 양과 질을 잠식하게 된다.
또한 원가 이하의 낮은 공기업 요금정책의 폐해는 현 세대를 역습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여름 강남의 물폭탄으로 인한 침수 사례나 최근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의 이면에는 원가를 밑도는 하수도 요금과 전기 요금 정책이 근인(根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물가안정 위주의 통제지향적인 공기업 요금정책과 이로 인한 공기업 적자 누적은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익사업적 서비스의 질적·양적 수준을 제약하게 된다. 공기업 서비스 공급 비용의 사회화와 미래세대로의 전가로 인해 공익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파괴되는 ‘공유재의 비극’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기업이 사업 수입을 통해 경상지출 수요 충족과 투자재원에 대한 원리금 상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자생력은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발생한 비용은 현 세대가 스스로 부담하는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이타심과 사회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시민정신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합리적인 공기업 요금정책을 통해 이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자생력 보강과 공익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업 요금 구조조정 및 현실화로 집약되는 공기업 요금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정당성은 공기업의 자구노력이 선행될 때 확보될 수 있다. 최소한 공기업의 경영 실패와 비효율로 인한 비용 증가가 공기업 요금 인상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요금 인상 요인을 공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공기업 임직원의 자기희생적 혁신 노력이 최대한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곽채기 동국대 교수 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