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진중공업 노사, 사회에 큰 빚 졌다
입력 2011-11-10 17:59
한진중공업 사태가 11개월 만에 마침내 마무리됐다. 정리해고 합의안이 노조총회에서 무투표 만장일치로 가결됐고, 309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해를 넘겨 계속되던 노사 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뒤늦게나마 접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이제 노사가 회사와 지역 및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우리 사회에는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 법원 명령조차 거부한 장기 농성, 노사 자치 원칙을 훼손한 3자 개입 등 많은 문제점이 던져졌다. 사태의 발단이 된 정리해고는 긴급한 경영상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한진중공업의 경영상황이 이에 해당되는지 논란이 분분했다. 사측은 또 근로자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고회피 노력,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 등의 의무를 다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총파업 189일 만인 지난 6월 27일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 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크레인 농성은 법원의 퇴거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강행됐고 급기야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이 ‘희망버스’로 대표되는 3자 개입에 나서면서 사태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여권마저 숟가락을 올리면서 국회에서 청문회까지 열렸다. 비록 국회의 중재를 근간으로 노사 간 추가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정치권의 개입은 나쁜 선례로 남게 됐다. 앞으로 단위사업장 분규가 발생할 경우 노사 협의는 뒷전인 채 사회적 혹은 정치적 여론몰이에만 골몰하는 행태가 관례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사 문제는 자율 해결이 대원칙이다. 외부 세력은 3자 개입을 금지한 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사 어느 한쪽에 힘이 실려 협상이 왜곡될 수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개입은 안 된다. 반면 사측은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정해 놓은 노동법의 테두리만 고집할 게 아니다. 동료이자 부하였던 노조원들의 형편을 역지사지해 성실한 자세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노조가 법 테두리 내에서 주장을 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