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상온] 火星으로 가는 길

입력 2011-11-10 17:58


1950∼60년대 미국과 소련 간에 우주경쟁(Space Race)이 벌어졌다. 소련이 먼저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을 띄우고 첫 우주인을 배출하자 미국은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로 이어지는 유인 우주비행으로 맞섰다. 이 경쟁은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함으로써 미국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까지 가세한 ‘신(新)우주경쟁’이 시작됐다. 미션은 화성. 그 옛날부터 인간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온 ‘붉은 행성’이다.

이 신우주경쟁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관심을 모은 것이 러시아와 중국의 무인 화성탐사 프로젝트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에 착륙해 토양을 채취해올 예정이었던 포보스-그룬트호와 화성 주위를 돌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려 했던 잉훠 1호.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두 탐사위성은 러시아의 제니트-2SB 로켓에 같이 실려 9일 발사됐으나 자체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 화성으로 향하는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新우주경쟁’의 미션 마스

내년 8월 화성 착륙을 목표로 올 연말 화성탐사로봇 큐리어시티를 발사한 뒤 2014년에는 화성 등 심(深)우주에 인간을 보내기 위한 6인승 오리온 우주캡슐의 시험비행을 실시할 계획인 미국으로서는 일단 두 나라의 추격으로부터 한숨 돌릴 여유를 얻은 셈이다. 반면 1996년 마스 96호가 임무에 실패한 후 15년 만에 야심 차게 화성탐사에 재시동을 건 러시아와 우주실험실 톈궁 1호 발사, 톈궁과 선저우 8호의 도킹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제3의 우주대국으로 ‘우주굴기’를 다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실패로 화성을 미션으로 한 신우주경쟁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 틀림없다. 중국은 당장 2013년쯤 독자 개발한 발사체를 이용해 화성탐사에 나설 예정이고, 러시아도 유럽우주기구(ESA)와 함께 520일에 걸쳐 실시한 화성탐사모의훈련 ‘마스 500’을 지난 4일 종료한 데서 보듯 화성 유인탐사를 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화성인가? 바이킹 1호가 1976년에 촬영한 키도니아 지역의 사진에 인간 얼굴 형상을 한 구조물이 있다든지 지난달 31일 미국의 아마추어 화성 연구가 조셉 스키퍼가 공개한 구글 마스 위성사진에 철로 및 기차역, 기차 등으로 보이는 물체가 찍혀 있는 데서 보듯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얘기는 차치하자. 무엇보다 화성은 이제까지의 탐사 결과 흐르는 물이 있었고, 지금도 있을 수 있는 제2의 지구가 될 수 있다. 인류가 우주로 뻗어나가는 데 화성은 전진 기지이자 도약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를 여는 門이자 신세계

미국 화성학회 회장 로버트 저브린 박사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화성은 미래를 여는 문이다. 태양계 내에서 생명체의 생존뿐 아니라 기술문명의 발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여건을 갖춘 유일한 천체다. 화성은 우리 세대와 다음에 올 세대에게 신세계(New World)다. 인류는 이 도전을 피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보면 화성으로 가는 길은 미래로 가는 길이다. 신우주경쟁에 나서고 있는 미·러·중은 바로 그 길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눈앞의 사소한 문제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을 뿐이다. 복지비용 대기에도 급급한데 화성이라고? 신우주경쟁이라고? 그러는 사이 미래는 어느새 현재가 된다. 앞을 내다보기는커녕 과거와 현재에 사로잡혀 그 안에서 기득권 다툼이나 하는 기성세대에게 더 바랄 것은 없다. 젊은이, 청소년들이 미래로, 화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저 먹고사는 문제로만 아등바등한대서야 젊음이 아깝지 않은가.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