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아름다운 동거
입력 2011-11-10 17:55
기독교와 이슬람은 끊임없이 반목하고 대립해 왔다. 종교 갈등을 넘어 엄청난 폐해를 초래하는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큰 종교전쟁은 십자군전쟁. 이슬람교도들이 점령한 예루살렘을 서유럽 기독교도들이 탈환하기 위해 11세기 말부터 13세기 후반까지 8차례나 원정에 나섰던 전쟁 말이다. 이 전쟁은 봉건영주 기사 상인 농민 등 사회 구성원들이 제각기 동기를 갖고 뛰어들어 복합적 성격을 띠었다.
그럼에도 기독교도와 무슬림 간의 대충돌이라는 점에서 종교전쟁임에는 틀림없다. 십자군전쟁이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다방면에서 동서 교류를 촉진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무수한 사상자·과부·고아 양산, 찬란한 고대유적 파괴 등 부정적 측면이 훨씬 강했다. 성전(聖戰)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였다.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후반까지 유럽에서 신·구교도들의 대립으로 벌어진 종교전쟁은 십자군전쟁에 버금가는 규모로 전개됐다. 종교 문제에 정치·군사·영토 문제 등이 끼어들면서 국제전 양상으로 비화했다. 일련의 종교전쟁으로 희생된 영령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1948∼1973년 사이에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에 벌어진 4차례의 중동전쟁도 종교전쟁의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에서 발호하는 일부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을 향해 드러내는 적개심은 자칫 종교 충돌의 뇌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다른 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괜찮지만 이슬람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하면 극형에 처할 만큼 과격한 무슬림들의 편협성과 배타성은 종교 충돌의 화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에서 전해진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한 사연은 이렇다. 12년 전 러시아의 한 병원은 갓 태어난 여자아기 2명을 각각 다른 부모 품에 안겨주는 실수를 범했다. 양쪽 부모들은 우연한 기회에 아기가 바뀐 것을 알게 됐다. 두 가정은 러시아정교회와 이슬람으로 종교가 달랐다. 두 종교는 서로 배척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충격은 컸을 것이다.
두 종교 간 화해 물꼬를 튼 것은 두 소녀였다. 이들은 어렵게 마련된 상봉 자리에서 자신들이 자매보다 소중한 친구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한 두 가정은 병원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으로 마당이 붙은 주택 두 채를 사서 이웃사촌으로 살게 됐다. 이들의 ‘아름다운 동거’가 반목하는 종교인에게 교훈이 되길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