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완벽한 것 같지만 허점투성이 골드 미스 지은이는 딱 내 모습”

입력 2011-11-10 17:35


10일 개봉된 김병곤 감독의 ‘너는 펫’은 인기가 상한가인 김하늘(33)과 장근석(24)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블라인드’로 올해 대종상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김하늘과 ‘욘사마’ 배용준 이후 최고의 한류 스타로 떠오른 장근석이 나이 차를 뛰어넘어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게다가 능력과 외모를 갖췄지만 연애에는 서툰 30대 커리어우먼이 발레리노 출신의 귀여운 연하남을 펫(pet·애완동물)처럼 집안에서 키우다 점차 사랑에 빠져든다는 내용은 젊은 관객층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골드 미스 커리어우먼 지은이 역을 맡은 김하늘을 개봉 하루 전날인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블라인드’를 찍으면서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그럴 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판타지적인 멜로가 너무 신선하게 다가와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블라인드’에서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 ‘수아’라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분위기가 어둡고 갑갑해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너는 펫’의) 상대 역이 장근석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연상녀·연하남이 주인과 펫으로 동거한다는 설정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영화는 판타지와 만화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라며 “현실적인 영화만 찍어야 된다는 법은 없다. 판타지가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시사회를 본 관객들이 한결같이 ‘나도 펫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던데요. 관객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나요?”

그는 은이란 캐릭터는 자신과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은이는 많은 걸 갖췄기 때문에 완벽할 거라는 선입견을 주위에서 갖고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는 사실 빈틈이 많은 친구였잖아요. 완벽하지 않고 허점이 있다는 게 오히려 신선했고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그는 장근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특이하고 약간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갈수록 에너지와 밝은 기운, 그리고 열정이 넘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그 점은 저도 비슷해 서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나이가 아홉 살이나 차이 나는 장근석과 멜로 연기를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는 상대 나이를 생각하며 연기한 적이 없어요. 장근석씨도 그렇지만 (‘블라인드’의) 유승호(18)도 자기 확신이 서 있는 베테랑이라고 생각해요. 승호에게도 처음에는 말을 놓지 않았어요. 배우로서 존중해 줬지요. 나이가 어리지만 상대 배우인 거죠.”

‘너는 펫’은 김하늘이 영화 주연을 맡은 13번째 작품이다. 1996년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바이준’(1998)을 시작으로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청춘만화(2006)’ ‘6년째 연애중’(2007) ‘7급공무원’(2009) 등에 꾸준히 출연했다. ‘바이준’과 ‘빙우’(2003)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만 관객을 넘겼다. ‘너는 펫’이 200만명을 넘어서면 통산 2000만 관객 돌파란 대기록도 세우게 된다.

인기 비결을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야 해요. 내가 첫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보죠. 제가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야 관객들도 좋아하지 않겠어요?” 이어 “작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캐릭터가 저와 맞아야 한다. 욕심이 나고,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너는 펫’은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내년 1월 일본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