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 8개월 만에 4조원 넘게 증발
입력 2011-11-09 21:16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이 8개월여 만에 4조원 이상 증발했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가격 약세는 상당시간 지속될 전망이다.
9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시내 123개 단지 9만4828가구의 시가총액은 지난 2월 마지막 주 84조418억원에서 11월 첫째 주 79조8180억원으로 8개월여 만에 4조2238억원 감소했다. 단순 계산하면 매달 5280억원씩 사라진 셈이다. 미국발 금융불안 사태가 터진 8월 이후로 한정하면 낙폭은 더 크다. 7월 마지막 주∼지난주까지 시가총액은 월평균 5914억원씩 총 1조7755억원이 감소했다.
올 들어 서울 재건축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시세는 전달 대비 각각 0.39%, 0.17%씩 올랐지만, 3∼7월은 0.34∼0.64% 감소했다. 8월엔 저가 매물 거래로 0.02% 소폭 상승했지만 9월 -0.99%, 10월 -0.78%로 다시 급감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돼 있다. 재건축 아파트 거래는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이 강하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 침체로 부동산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주택 거래는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많다”며 “투기 수요는 금융시장 변동 등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기침체가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사업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향후 전체 서울 도심 재정비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가격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