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SK 총수 형제 의혹 수사… “최재원 횡령 개입 정황” 사법처리키로
입력 2011-11-09 21:25
SK그룹 총수 형제의 회삿돈 유용 의혹과 관련, 검찰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 사법처리 방침을 굳힌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최 부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한 선물투자 자금 마련 과정을 주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미리부터 최태원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에 선을 그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SK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중 1000억원 정도가 총수 일가의 개인 투자에 쓰인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넥스 최대주주 김준홍(46·주가조작 혐의로 재판 중)씨는 최 부회장과 하버드 케네디스쿨 동기이며, 검찰의 베넥스 압수수색 당시 최 부회장의 수표 173억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베넥스가 SK자금으로 투자한 업체 6곳을 압수수색해 자금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앞서 최 부회장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에 “최 부회장과 김씨가 SK 계열사 자금을 베넥스에 투자토록 한 뒤 992억원을 빼내는 등 모두 2650억원을 횡령한 정황이 있다”고 적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은 그 가운데 얼마가 문제가 되는지 보겠다는 취지”라며 “수사를 하다 보면 금액이 다운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이 추정하는 횡령 규모가 1000억∼2000억원대라는 말이 된다.
수사 초점은 누가 횡령을 주도했는지다. 검찰은 일단 최 회장보다는 최 부회장을 겨냥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 등 2개 계열사 투자금 497억원과 SK가스 등 3개 계열사의 495억원 등이 베넥스를 통해 세탁된 뒤 SK해운 고문을 지낸 역술인 김원홍(50·중국 체류)씨에게 흘러들어가는 과정에 최 부회장이 개입한 단서가 여럿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렇게 마련된 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 5700여억원 중 일부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SK, 베넥스 관계자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 뒤 최 부회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접 수사 대상에 최 회장을 포함시킬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뚜렷한 혐의 입증 자료를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외부 관심이 최 회장에게 집중돼 있지만 확인된 게 없다”며 “선물투자를 한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금의 출처에 위법 소지가 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총수 일가의 돈을 맡아 선물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김씨가 사건 실체를 규명할 열쇠라고 보고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과의 사법공조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SK 측과 김씨 지인을 통해 귀국을 종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김현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