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벌어들인 돈, 고스란히 외국 신평사 주머니로
입력 2011-11-09 18:32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주주 배당이 순이익의 최대 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외 신평사들의 기업 신용평가가 서로 다른 게 결국 주주들의 배당금 극대화 전략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신평사들에 따르면 미국 신평사 무디스가 최대주주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해 순이익 82억원 중 74억원을 주주에 배당했다. 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하는 배당 성향은 90.2%다. 한신평은 2009년에는 순이익 중 90.9%를, 2008년에는 73억원의 순이익 전체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제공했다.
영국의 신평사 피치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해 사업연도에 당기순이익 100억원 중 65.0%인 65억원을 배당했다. 2009년에는 순이익 50억원 전체를 배당에 투입했다.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2001년과 2007년 국내 신평사들의 최대주주가 됐다.
한기평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배당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설비투자와 기술투자가 없는 사업 성격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기평 노조 측은 “최대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회사의 성장동력과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제 신평사와 국내 신평사가 같은 기업에 대한 다른 잣대를 재는 것도 이 같은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지난달 LG전자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자회사인 한신평과 한기평은 LG전자의 신용등급 AA를 그대로 유지했다.
국제 신평사인 모회사가 배당을 많이 받아가기 위해 국내 자회사가 국내기업 신용등급을 실제보다 더욱 좋게 매겨 수익을 챙기는 것을 용인하거나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세욱 기자